그렇다 일단 나는 후기를 처음 써보기 때문에 가독성도 안좋을거고 읽기에 적합하지는 않겠지만
써보고 싶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생각함
우선 백스토리를 설명하면
원래 렉스랑 홍은 약간의 주종? 주종이라기에는 애매하지만
바이홍이 주도권을 잡고있는 입장이라서 시나리오 개변을 거의 거치지 않았다
바이홍은 페일럿 가문에 후계자로써 입양이 되었고
그 전부터 렉스는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다가 하인으로써 페일럿 가문에 일을 하고 있었던 것.
바이홍이 오면서 나이가 같은 렉스가 전담시종으로 마크되면서 서로 알게 되었다~ 이런 것으로 가는거다.
단순히 자기가 맡은 도련님이니까 친하게 지내고 싶은 렉스랑
후계자로써 이용당하기 위해 온 바이홍이 친해지는데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렉스의 들이댐이랑 오랜 기간 같이 있고 바이홍이 가주가 되는데 쏠쏠한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둘이 정말 친해지게 되었다. 같은 이야기~
kpc의 짝사랑, pc의 자각못한 애정 같은 관계고
렉스는 오래전(기간은 생각 안했다)에 바이홍을 좋아하게 되고
원래 오리지널도 그렇듯 티를 전혀 안내면서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라는거다
바이홍은 가문의 부흥이라는 목표가 너무 뚜렷해서 주변을 잘 둘러보지 않았고
그렇게 신경쓸 여력조차 없었기에 렉스의 감정을 모르고 어느정도 느꼈다고 해도 모른척 하는 상태였다.
우선 이 시나리오를 추천해주신 숑님에게 점핑큰절을 드리며 시작하겠습니다
kpc의 성격이 렉스랑 유사한점이 많았고... 그래서 롤플하는데 무척 재밌었다
사실 어제 자기 전에 후기 뭐라쓸지 생각했는데 생각 안남
시나리오 상에서는 분명 평화롭게 넘어가는 장면이라서 음~ 이러고 있었는데
우리 애들은 언제나 싸웠지 응응 이번에도 싸웠다.
둘째날 새벽이랑 린튼가를 만날때랑 한 두번인가 세번은 싸웠다
이건 렉스가 잘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우리 홍은 참지 않어
아래의 사진은 약간 첫날이랑 마지막 날을 비교한거다
처음 정원에서 춤췄을 때랑
마지막에 렉스 죽을 때....
위치도 정원이라는 점에서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낙서했다
홍을 떡대로 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잘 되었나 모르겠다
떡대만 그리던 손은 뭐를 그리던 떡대만 만들었다
홍이 3주 가까이 집안에 틀어박혀서 렉스를 기다렸기 때문에...
옷차림도 홍 답지 않게 풀어져있고 다크서클도 있으면서
상황이 상황인지라 입술도 짓씹고 있으면서도 좀 피폐한 느낌을 낼려고 노력했다.
어쨌든 다시 돌아가자면
렉스는 홍이 결혼하는걸 그대로 보고 있었을 놈이라는거다
홍을 좋아하지만 홍이 페일럿을 바라보고 사는걸 알기 때문에
린튼이 페일럿을 부흥시키고 홍이 권력을 틀어쥐는걸 위해서 욕심이 없었던 것
애초에 홍의 옆자리에 설 욕심이 없던 놈이기 때문에...
단순히 린튼이랑 결혼한대서 좋아하는 사람을 이상한데 보내고 싶지 않아서
조사하던게 이상한 곳이였고...
여기 렉스는 헤르메스같이 가지고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놈이라
더더욱 더 쉽게 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애초에 렉스는... 평소에는
자기자신 >>>>>>>>>벽>>>헤르메스>주변인
이런 놈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벽>자기 자신 >>>>>>>>>>>> 벽 >>헤르메스 > 주변인
이렇게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중간의 헤르메스가 없었기 때문에 더 빨리 버릴 수 있었던 것.
자기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만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더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라고 나는 정의를 내렸다.
그래서 뭐.. 왔다갔다하고
애초에 이놈은 살인을 저지르는데 비교적 죄책감을 덜 느끼는 편이라서
스스로 일은 잘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히스클리프 로그를 읽어주십쇼
로그를 읽는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앞만 바라보던 홍이 결국은 렉스의 손아귀에 떨어졌고
렉스는 마지막 가는 길에 결국 갖고싶은걸 갖고 간다는게
가장 최선의 엔딩이 아닐까... 싶다.
렉스는 홍이 자기껄 포기하는 것도 싫어할거기 때문에?
어쨌든 그렇다
내가 글을 못써서 혹시나 읽으셨다면 수고하셧습니다
히스클리프.
내일은 당신의 결혼식 날입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놈의 가문의 명성.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바이홍 페일럿:(결혼식 준비로 소란스러운 저택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사랑이 있는 결혼이든 아니든, 그저 단순한 목적을 위해 하는 결혼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시대의 귀한 인간 중에 정말 사랑을 해서 결혼하는 이들이 존재는 할까?) 특별히 문제는 없겠지.
어디선가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바이홍 페일럿:...?
잠시 시선을 돌려보면 당신을 향해 다가오는 렉시우스가 보이네요
렉시우스 헤르메스:준비는 잘 되고 있어. (가라앉은 얼굴로, 천천헤 네 쪽으로 걸어왔다. 너와 눈을 마주치자, 살짝 웃어보였다.)
바이홍 페일럿:잘 되고 있다는 말치고는 표정이 별로인데? (웃고 있다고 해서 그게 정말로 긍정적이라는 뜻은 또 아니지 않은가. 팔짱을 낀 채 당신을 바라보았다.)
같이 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속이려면 제대로 해야지, 렉스. 무슨 일 있는 거면 미리 이야기 해. 나중 가서 일이 복잡해지는 건 싫으니까.
렉시우스 헤르메스:역시 잘 알고있네. (잠시, 널 바라보더니 헛웃음을 짓더니 살짝 고개를 젓고 천천히 네 머리칼을 넘겨주며 오랫동안, 널 보좌했던 손길로 머리를 정돈했다.)
네 결혼 소식이 그리 반가운건 아니거든. 애초에 사랑없는 결혼이라는 것도... 이런 결혼이라도 괜찮아? (내내 머리카락을 정돈하느라 가있던 시선이, 네 눈으로 내려왔다.)
바이홍 페일럿:(제 몸에 손을 대어도 이렇다할 큰 반응이 없었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일해왔던 하인이 머리를 정돈해 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시선이 마주치자, 꼭 어이없는 말을 한다는 듯 픽 웃었다.) 괜찮지 않을리가 있나. 페일럿 외에도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결혼하는 집안은 많아.
내가 새삼스레 특이한 경우도 아니지. 드디어 페일럿이 내 손에 떨어졌으니 가문을 키워볼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붙잡아야하지 않겠어?
렉시우스 헤르메스:(괜찮다고 말하는 말에, 잠시 손이 멈추었다가 애써 웃어보이듯이 미소지었다. 어차피 사랑없는 결혼이라는 걸 아는 사실임에도 언제나 흔들릴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처음 네가 결혼을 한다는 순간부터, 옆자리에 자신이 설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한적이 없었다.)
굳이, 결혼을 할... 필요가 있는건 아니니까. 네가 그 방법 말고도 다르게 키울 수 있을테고, 그래도 결혼은... (점점 가면서 말 소리가 줄어들었다. 마지막 말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크기더니 이내 정리를 마친 듯 손을 네 머리카락 쪽에서 떼고는 움직이느라 조금 구겨져있는 옷을 손으로 살짝 폈다.)
바이홍 페일럿:그래도 결혼은 별로라고? (사실상 들리지 않은 말을 어림짐작하며 물었다. 그렇게나 이 결혼이 별로인 것일까. 아니면 윗 사람들은 모르는, 아랫것들 사이에서 상대 집안에 대해 어떤 소문이라도 도는 걸까? 머리와 옷을 정돈해주느라 가까이 다가와있는 당신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그리 표정이 별로인 것인지.)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8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바이홍는 린튼 가에 관한 소문을 떠올립니다.
가장 명예로운 집안!
왕족과도 줄이 이어져있다 했던가요.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가문.
그러나 이상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는, 조금 폐쇄적인 가문입니다.
바이홍 페일럿:네가 이 결혼을 싫어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데. 린튼이 폐쇄적이라서? (하지만 그런 결점 아닌 결점은 다른 것으로도 충분히 커버하는 게 가능했다. 부와 명예가 있는 가문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다른 가문에서 스파이를 보내는 일은 제법 흔하니까.)
렉시우스 헤르메스:그런 것도 있고, 영 수상쩍잖아? 네가 결혼한다는 것도 조금... 마음이 이상하기도 하고. 워낙 어릴 적 부터 봐왔으니까. (아까와 다르게, 이상할 정도로 농담조였다. 네 옷자락을 잡은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고, 저도 모르게 네 옷자락을 구긴걸 보고는 자시 손을 뻗어 주름을 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결혼을 하지 않을 생각은 없는거지? (아무렇지 않게, 최대한 평소처럼. 네 옷자락을 정리했다. 어쨌든 곧 린튼가를 초대하는 파티가 있을 것이고, 넌 그 두 주인공 중 한명이였으니까.)
바이홍 페일럿:어떤 점이 수상쩍다는 건데? 무려 왕과도 연결되어있는 가문인걸. (지나치게 이 상황을, 또는 무언가를 무마하려는 듯 가볍게 말하는 어투가 이상하게 느껴져 눈을 가늘게 떴다. 옷을 정돈해주다가 되려 옷을 구기는 것도 그렇고. 눈에 걸리는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왜 마음이 이상해. 이러다 결혼식에서 내 부모님 대신 네가 울어주는 거 아냐? (농담은 농담으로 돌려주었다. 그저 대수롭잖은 어투로 평소같은 표정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 그 사랑하는 사람이 린튼 정도의 위치를 가지고 있다면 고려를 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딱히 사랑한다는 거창한 말을 붙일 만한 사람도 없고, 린튼만큼이나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가문도 없어. 무슨 말인지 이해했지?
렉시우스 헤르메스:드러난 정보가 별로 없다는 것도 그렇고...주인님 대신, 내가 펑펑 울지도 모르겠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는 널 보고는 여느때와 같이 미소지었다. 아무렇지 않게 정리가 끝난 네 옷자락에서 손을 떼고는 너와 눈을 마주보았다.)
그건 참 힘들지도 모르겠는걸. 린튼같이 명문가 자제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이 결혼을 무를 수는 없다는 거니까. (아주 잠시, 표정이 굳더니 뒤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뜻인지는 알아. 네가 가문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저 멀리서 지나가는 사용인들을 보고는) 이제 파티준비가 다 끝난 것 같은데. 홀로 갈까?
바이홍 페일럿:이해한다면 그걸로 됐어. 가장 측근에 두고 있는 사람이 내 결혼에 반대한다고 말하면 그것보다 골치 아픈 일은 없을테니까. (뒤로 고개를 돌린 당신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숨긴다고 숨겼겠지만 표정이 굳는 걸 보지 못한 건 아니었다. 결혼하지 말라던 그 말은 여전히 진심인걸까.)
...그래. 가자.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결혼식 전날, 저택의 홀.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렉시우스만이 이 상황에서 당신의 가면을 벗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구석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이홍 페일럿:(예전에는 집안 어른들을 따라하듯 자신에게 관심도 없던 이들이 우글우글 몰려있는 광경을 보자 비웃음이 잇새로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머리 하나당 자신에게, 페이럿에게 돌아올 이익을 생각한다면 이정도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쾌한 건 여전히 마찬가지였기에 그들 사이로 향하기 전에 렉시우스에게 작게 말했다.) 다른 데로 새지 말고 계속 내 옆에 있어, 렉스.
렉시우스 헤르메스:언제나, 당연한 일이지.(네 옆에 서서 살짝 웃어보였다. 능숙한 사용인 답게, 널 보좌하겠다는 티를 팍팍 내는 듯 곧게 서서 널 바라볼 뿐이였다.)
몇몇 귀족들이 다가와 왁자하게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댑니다.
귀족:오랜만일세, 바이홍! 자네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린튼 가와 결혼을 하다니, 이건 정말 경사로군!
그 집안은 예로부터 아주 유명하지 않았나.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고 말이야. 남은 건 만사형통이겠어!
있는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잘 나가는 것 같으니 일부러 친하게 구는 거겠죠.
바이홍 페일럿: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린튼에서 받아주시니, 말씀하신대로 남은 일은 만사형통이겠죠. 앞으로 페일럿을 더욱 크게 키워보려합니다. (그러니 잘 부탁해, 아니면 잘 좀 대해봐, 뭐 그런 의도를 담아 말하며 웃었다. 돌려돌려 말하는 것이 예절인 걸 생각하면 지금 자신의 태도는 무례한 축에 속하긴 했으나 '그' 린튼이 뒤에 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
귀족:(바이홍의 말에 움찔 되는듯 하더니, 이내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껄껄 웃었다.) 그렇지! 앞으로 우리 지역과 영국을 더욱 빛내리라 생각하고 있으니까! 가끔 우리들도 떠올려주면 좋겠구만!
이상할 정도로 무례한 사람이네요.
이상한 귀족을 뒤로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초대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대화하고 있습니다.
GM:듣기판정이 가능합니다.
바이홍 페일럿:(저런 무례한 것들을 몇이나 더 상대해야한다는 거지. 생각만으로도 뒷목이 벌써 뻐근해졌으나 느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결혼식 후에는 저런 것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어지리라. 참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내내 참고 살았는데 이거 하나 못할리가. 웃는 얼굴을 유지한채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 " " “그러고보니 린튼 가에서 근래에 실종자들이 늘어났다며?”
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에 계속 그렇다더라고.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지. 그도 그럴게 결혼이잖나.
바이홍 페일럿:...실종자? (린튼 가에서?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내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나중에 아랫것들을 시켜서 좀 더 알아보도록 시키는 것도 좋겠지만 직접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리라.)
안녕하십니까, 즐거운 분위기 만끽하고 계신지요? (예의바른 태도로 실종자 이야기를 하고 있던 이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귀족:아, 이 자리의 주인공 아니신가! 만나서 반갑다네!
(바이홍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바이홍 페일럿:저 또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웃으며 내밀어진 손을 잡고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다가 놓았다.) 이 자리를 빛내주고 계시고 있으니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굉장히 즐거운 얼굴로 이야기를 하고 계셔서 궁금해지기도 했거든요. (마지막 말은 아직 나이를 많이 먹지 않아 어수룩한 청년을 흉내냈다.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으면서.)
그 즐거운 이야기에 저도 끼워주실 수는 없을까요? 아시다시피, 결혼 후에는 다른 사람들과 자유로이 이야기할 기회도 줄어드니 말입니다.
귀족:(조금 어수룩한 모습에 껄껄 웃으며, 널 바라보았다.) 곧 린튼가의 사위이자 페일럿 가의 진정한 가주가 될 이가 이렇게 머뭇거려서 되겠는가! 어디, 궁금한거라도 있나?
바이홍 페일럿:아무 거나 막 물어봐도 정말 괜찮을지... (예의를 차리면서도 중간중간 어리숙한 척 연기를 빼먹지 않았다. 이제 막 가주가 된, 거대 가문과 연이 생긴 청년이라니 어디에든 뜯어먹기 좋은 먹이가 아닌가. 그리고 그럴수록 사람들의 입은 가벼워지겠지.) ...그 린튼 가가 정확히 어떤 곳인지, 하다못해 사교계에서는 어떤 분들로 통하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인정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보니 아는 게 많이 없거든요. 파티에도 많이 참석해보질 못했고. (반은 사실이고 반은 뻥이었다. 가기 싫어서 안 간 날이 태반이었지.) 그렇다고 앞으로 가족될 분들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상태로 있는 건 너무 무례하지 않습니까.
(부끄럽다는 듯 웃어보였다.)
귀족:린튼가라... 이상할 정도로 왕족과 연이 있기도 하고, 땅이 넓어서 걷어들이는 돈도 많은 가문이지... 사교계는 거의 나오지 않아서 나도 실제로 보는건 이번이 처음이군. (미숙해보이는 행동에, 나름 자비를 베풀겠다는 듯 한결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웃음을 담은 말투였다. 잠시 고개를 돌려, 홀의 반대편, 린튼가가 있는 쪽을 잠시 바라보았다.)
결혼식같은 큰 행사가 아니면, 가문 밖으로 안나오기로 정말 유명한 가문이니까 말이네. 이런 거물을 잡다니, 자네도 참 대단하구만! 더 당당하게 행동해도 될걸세!
바이홍 페일럿:사교계에 대해 이리 잘 아시는 분이 직접 보는 게 처음일 정도라니, 정말 린튼 가의 대문은 두껍고 튼튼한 모양이군요. (친절한 태도에 굉장히 기쁘다는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 그가 보는 곳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저쯤 어딘가에 내일이면 결혼을 올릴 사람과 그 가족들이 있겠지.)
칭찬과 조언 감사합니다. 익숙지 않은 사교계에서, 너무 당당하게 굴었다간 미운털이라도 박힐까 걱정하고 있던 차였는데...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재수없게 굴지는 않으니 이 사람은 일단 합격.) 덕분에 사교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배웠습니다. 부디 내일 있을 결혼식에도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세요.
렉시우스 헤르메스:이야기는 다 끝냈어? (귀족이 바이홍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자, 한걸음 뒤에 서있다가 네 옆으로 걸어왔다.) 조금 피곤할 거 같은데. 정원에서 산책이라도 할까.
바이홍 페일럿:응, 대충.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었으나 건진게 없지는 않았다. 가볍게 까딱, 고개를 끄덕이고 해사한 웃음을 얼굴에서 지웠다. 손님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으니 문제될 건 없었다. 바글바글한 사람을 대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라 피곤했다.)
너는 날 참 잘 알아. 그래서 마음에 들고. (가자고 말하듯 정원 쪽으로 고개를 한 번 더 까딱이고 걸음을 옮겼다.)
렉시우스가 당신을 이끌고 정원으로 걸어갑니다.
정원으로 가는 길에 주변을 둘러보면, 린튼가와 다른 친척들, 주변의 귀족들이 여럿 보이네요.
바이홍 페일럿:(정원을 좀 보다 돌아오면 저들에게도 말을 붙여봐야지. 머릿속에서 사람 하나하나에 우선순위를 매기며 시선을 옮겼다. 정원으로 향하는 걸음은 가벼웠다.)
정원
시간은 밤 9시, 마침 떠있는 달은 보름달이네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너와 함께 정원에 나오자, 경직되어있던 얼굴이 환하게 펴지고 금새 기분이 좋아보이는 기색이였다.) 정원으로 나오길 잘한 것 같아.
바이홍 페일럿:그러게. 사람들 무더기에서 나오니 좀 시원하기도 하고. (내내 표정을 감추고 있던 사람이 저 혼자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웃겨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보름달이 밝게 떠있고,수많은 별들이 박혀있는 밤하늘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보기에 아주 좋았다. 힐끔 당신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결 나아.
렉시우스 헤르메스:(실없는 웃음을 흘리는 널 보고, 짧게 마주 웃었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홀의 음악소리, 왁자지껄한 홀을 넘어와 잔잔한,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저희 밖에 없는 정원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너는 꽤 아름다웠다.)
결혼하기 전 마지막인데, 나랑 같이 춤이라도 출래? (살짝 미소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잠깐이나마, 내미는 손이 조금 떨렸다.)
바이홍 페일럿:춤? (이 정원에서? 그거라면 홀로 돌아가서 추는 게 낫지 않나,까지 생각했다가 당신의 위치를 떠올렸다. 귀족과 그 사용인이 다른 귀족들이 보는 앞에서 춤을 추는 건 그리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닐 것이다. 그것도 귀족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내밀어진 손 끝이 떨리는 게 보였으나 모르는 척 눈을 깜빡이고, 그 위에 제 손을 얹었다.)
좋아. 마지막으로 추는 춤이라니 나쁘지 않은걸. (네 춤 솜씨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농담을 덧붙였다. 그래. 마지막이다. 오늘 밤이 지나면 지금껏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생활은 크게 바뀐다. 당신을 무시하고. 자신이 알아차린 무언가는 여전히 묻힌 채로.)
렉시우스 헤르메스:(손위에 네 손이 얹어지고, 천천히 네 쪽으로 한걸음 다가갔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에 그나마 내일 있을 일에 대한 위안이 될지도 몰랐다. 너머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정원에 오면서 맑게 미소짓던 얼굴은, 어느새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렇게 춤춰보는건 처음이라, 꽤 마음에 안 들지도 몰라. (농담으로 말을 덧붙이고는, 미숙한 티가 나는 듯, 천천히 움직였다.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바이홍 페일럿:(당신이 가까이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으며 거리를 더욱 좁혔다. 환한 달빛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에 잠깐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었다. 서늘한 밤공기에 섞인 숨결이, 별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 황금을 닮은 눈동자가, 물결처럼 굽이치는 검은 머리카락이 시선을 앗아갔다. 정신이 돌아오는 건 금방이었다.)
내가 사교파티에 그리 많이 나간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도록 해. 춤 실력을 비교할 사람이 몇 없다는 뜻이니까. (결혼식 전날이라고 자신도 들뜬 모양이긴 했다. 아니면 생각보다 긴장을 했거나. 쓸데없는 생각이 짓쳐들어온다는 게 그 증거였다. 일순의 동요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 뒤로 묻어두고 스탭을 밟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만으로도 춤을 추기에는 충분했다. 제 손을 꽉 잡아오는 걸 느껴도 굳이 털어내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다행이라고 여겨야겠는걸. (천천히, 이 순간이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 네 옆에 제가 설거라는건 감히 부릴 수 없는 욕심이였고, 언제나 가문을 바라봤던 이에게 뒤돌아서 자신을 봐달라는 것은 사용인으로써 가져서는 안되는 일이였으니. 밤하늘에 달빛을 받아 빛나는 곧은 머리칼과 안경 너머로 옅게 보이는 하늘빛의 눈동자는 언제나 제 마음을 편하게 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밤공기에 머리칼이 흔들리고, 온도마저 춤을 추기에는 적당했다. 가볍지만 계속 이끌리듯 춤을 추었고, 맞잡은 손을 계속 붙잡고서는 살짝 눈을 꿈벅이고는 널 바라보았다.) 그래도, 결혼하기 전에 마지막 춤은 나라서 다행이야.
바이홍 페일럿:너는, (내가 그렇게 좋아? 금방이라도 뱉을뻔 했던 말을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저 가볍게, 장난처럼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건만 그리 쉽게 나오질 않았다. 결혼이 원래 한 사람의 모든 걸 바꾼다고는 하지만 이런 면까지 바꿔놓을 줄은 몰랐는데. 아닌가. 너는 처음부터 언제나 그대로였다. 알아차리고 바뀐 건 내 태도겠지. 몇 번 입술을 달싹였다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춤은 부드럽게 이어졌다. 마주보고 있는 눈에는 서로만이 담겨있었다.)
...그래. 결혼 전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시간을 너랑 보내게 되어서 편하네. 춤 실력이 여전히 별로라는 사실을 알게된 건 유감이지만. (비교대상이 많지 않다고는 해도 당신의 춤은 그리 능숙한 편이 아니었으니.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응? (너는, 이라고 끝나는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길래. 이어지지 못한 말에 대한 궁금증이 뒤를 이었다. 말을 하다가 그만 두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이제서야 조금 익숙해진 춤에 편하게 널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고, 눈꼬리를 휘어 웃었다.)
(뒤이어오는 말에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결혼 전이라, 여전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단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억의 저편으로 넘긴 채, 다른 말과 너에게만 신경을 기울이기에 급급했다. 사용인으로써 너머로 춤을 보기만 했던거라 능숙하지는 않았을거니까.) 그래도 이정도면, 처음치고는 괜찮은 것 같아서 좋은걸. 네가 이끌어 주는게 좋기도 하고. 여기서는 어떤 행동을 하던, 신경쓸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바이홍 페일럿:(내 마지막이 너에게는 처음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못마땅했다. 당신이 자신만을 위한 시종임을 여태껏 인식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대체 어떤 이유로? 웃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리는 것도 이상하고, 무엇보다 인상을 찌푸리게 한 원인이 당신도 아니었으니 애써 표정을 갈무리했다. 하나를 깨달으니 다른 하나도 마음만 먹으면 금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은 똑똑하니까. 하지만 바이홍은 그걸 파헤치는 대신 눈을 감았다. 그 작은 하나 때문에 자신의 목표를 잃고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될 빌미조차 남기고 싶지 않았다.)
네가 좋다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할까. (스탭을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출 수 있긴 하니 조금만 이끌어주면 되었다. 그것을 위해 자신이 당신의 허리에 팔을 감고 있어도, 그 말대로, 신경 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원에는 오로지 우리뿐이니까.) 뭐, 그리고, 넌 언제나 내 시종일테니... 가끔 춤 정도는 봐줄게. 능숙해질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지켜보는 일도 나름 즐거울 것 같거든.
렉시우스 헤르메스:네가 봐준다면, 금방 늘 수 있을거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한층 널 끌어안았다. 마지막 날이 남은, 작은 욕심 중 하나였다.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널 끌어안고 마주안으며 춤을 추고, 순간마다 널 마주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 지금은, 내일도 떠올리지 못할 정도였다.)
난 워낙 금방 배우잖아?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며, 웃음을 흘렸다.)
바이홍 페일럿:(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선 온기가 몸을 덥혔다. 역시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다. 그래서, 그 탓에, 결혼식 전날 밤 추는 춤이... 눈을 꾹 감았다 떴다. 당신을 마주 끌어안지 않았다. 그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계속해서 춤을 이끌어나갈 뿐.)
너무 금방 배워서 문제지. 가끔은 네 속도를 종잡을 수가 없어. (당신을 보며 마주 웃었다. 일단 지금이 즐겁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천천히 당신의 얼굴을, 닿아있는 몸을 느리게 훑었다. 지금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해두면 좋을 것이라 여겼기에.)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달빛에 스쳐지나가는 머리카락 아래에,
바이홍은 렉시우스의 목덜미에 희미한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 (문득 시선이 닿은 목덜미에 상처가 있는걸 발견하고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자신과 거의 항상 붙어다녔는데 대체 언제 다쳐온 것인지.) 목에 웬 상처야? 뭘 하고 다녔길래 거길 다쳐.
렉시우스 헤르메스:아, 일을 하다가 다친 것 뿐이야. (제 목을 바라보는 시선에, 짧게 눈을 꿈뻑이고는 천천히 춤을 추면서, 태연하게 웃음지었다.)
(바스락거리며 밟히는 잔디, 흐르는 음악, 맑은 밤하늘, 그리고 네 앞에서. 제 상처는 그렇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지금 보이는 모든 장면과 소리, 그리고 감각을 기억에 담기에도 모자랐다. 다시는 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순간이 아니겠는가.)
바이홍 페일럿:너에게는 목을 다칠 수 있을 만큼 험한 일은 주어지지 않을텐데.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전속시종이다. 적어도 저택 내에서는 당신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었다. 집안 어르신들마저 정리된 지금에는 더더욱.)
지금은 괜찮은 거지? 큰 행사를 앞두고 내 전속이 아프기라도 하면 안되는데. (능숙하게 춤을 추며 물었다. 당신을 유심히 살폈기에 망정이지,라는 생각과 괜히 발견해서 기분이 나빠졌다는 생각이 이리저리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렉시우스 헤르메스:단순히 일하다가 다친 것 뿐인걸. 그렇게 큰 상처도 아니였으니까. (이렇게 걱정해주는 것 조차 좋아서, 짧게나마 웃음이 나왔다. 옆에서 보좌하는 사람이 다치면 안된다는, 오랜 시종인 친구가 다치면 안된다는 걱정이겠지만, 이렇게 짧게나마 들어오는 걱정에 일희일비하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멀쩡해, 아프지도 않고. 단순히 흉터로 남은거 뿐인걸. (심란해보이는 널, 잠시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살짝 네 손을 끌어당기며 눈을 마주보았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없어.
바이홍 페일럿:흉터로 남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고 그걸 내가 몰랐다는 게 못마땅해. (두 생각 모두가 맞다고 외치며 손을 들었다. 다행인 동시에 걱정스러웠다. 불쾌했다. 시종은 귀족의 소유이고, 자신의 소유물에 무언가 달라진 점이 있다는 걸 늦게 알아차린다면 그 어느 누가 기분 좋아하겠나.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노란 눈동자가 시야를 가득 채웠음에도 표정은 영 풀어지지 않았다.)
널 걱정한다고 느낀다면 알아서 잘 해. 무슨 일 있으면 알리고, 애초에 다칠 일을 만들지 말라고. (시선을 조금도 피하지 않은채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오만하고 건방진 성격은 짜증나는 어른들 사이에서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덜해지지 않았다. 정말로 그냥 이랗다 다친게 맞나?)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니, 렉시우스의 반응이 완전한 거짓은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바이홍 페일럿:(...거짓말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영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닌 목인데 왜 내가 여태까지 몰랐지?) 알아 들었으면 대답해, 렉시우스.
렉시우스 헤르메스:알겠어. 앞으로, 조금이라도 다치면 네게 알리러 갈테니까. (또박또박, 자신을 곧게 바라보며 걱정하는 듯 타박하는 널 보면서, 짧게 웃어보였다. 맞아. 네가 결혼을 하더라도, 어떠한 누군가와 법적으로 관계가 정의되더라도. 적어도 앞으로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안에서는 제가 우선순위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거에 작은 안심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앞으로 저를 이길 정도의 사람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제가 그 전에 네가 모르게 쳐내버리면 되지 않겠는가. 그게 제가 부릴 수 있는 가장 큰 욕심이였으니까.)
다치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안다치도록 노력할거니까. 시종이란 어떤 상황에서던지 다칠 가능성이 없는거는 아니잖아? (조금 가벼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가 걱정할 까봐 말을 안한 것도 있으니까. 내 잘못이야.
바이홍 페일럿:어떤 상황에도 다칠 가능성이 없으면 그건 시종이 아니라 귀족이겠지. (퉁명스러운 어조로 대답하며 당신의 허리를 감싸안은 그 상태로 크게 턴을 했다. 부러 놀라라고 한 짓이었기에 표정은 여전히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잘못이라는 걸 알았으면 앞으로도 주의해. 불쾌하니까.
렉시우스 헤르메스:(급작스럽게 턴을 하자, 허겁지겁 발을 디디며 균형을 맞추었다. 널 붙잡은 손에 넘어질까,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앞으로 그럴 일은 거의 없게 노력할테니까. 걱정 풀어.
(끝나가는 노래소리에, 천천히 방금 휘청거리는 것은 태연하게 모른척하며, 한 걸음씩, 발을 딛었다. 이제 이 노래소리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저 너만을 제 눈동자에 담았다.)
바이홍 페일럿:(의도한대로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며 비웃는 건지 재미있다 여기는 건지 모를 웃음소리를 냈다. 힘을 주어 꽉 잡힌 손을 아프다고 떼버릴까, 아니면 이대로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내버려 두었다. 마지막이지 않은가. 결혼식을 올리기 전 마지막. 이후로는, 이후로도 자신은 영영 모든 것을 묻어두고 살게 분명했다. 이미 알아차린 것도 더 알아차릴 수 있을 법한 것도. 모두. 끝을 향해가는 노래에 아쉬움을 느낀 것 같기도했다.)
렉스.
넌 내가 좋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문득 충동적으로 입이 열렸다. 부러 애매한 말을 썼다. 어떤 의미로든,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우리를 구성한 것들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해서.)
렉시우스 헤르메스:(짧게 웃음 소리를 흘리는 널 보고 마주 웃다가, 뒤에 이어져 나오는 말소리에 잠시 멈칫거렸다. 무슨 의미일까.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알고 말하는 것인지, 결혼식 전이라 혼란스러운 감정이라서, 단순히 친구로써, 시종으로써. 온갖 생각들이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가더니 곧 환하게 웃어버렸다. 어차피 답은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당연히, 널 좋아하지. (아무렇지 않게 말할려고, 일부러 미소지었지만. 말 끝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좋아한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런식으로 말할거라는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웃으면서도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바이홍 페일럿:... (환하게 웃는 당신의 어깨 너머로 높이 떠있는 보름달이 보였다. 달빛을 받아 넘실거리는 검은색 머리카락이 환히 웃고 있는 얼굴과 지독히도 잘 어울렸다. 춤 때문에 워낙 가까이 붙어있었으니 당신의 말 끝이 떨리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적어도 두 가지 중 하나는 계속 묻어두는 데에 실패했구나. 그리 생각하며 마무리 되어가는 음악과 함께 서서히 스탭을 늦췄다.)
그래. 그렇구나. (이윽고 춤이 멈추었다. 손을 놓기 전 고개를 기울이나 싶더니 가볍게 당신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아주 짧고 가볍게 열기가 닿았다가 떨어진다. 그리고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돌아섰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 말하기라도 하듯이 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돌아가자.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어.
렉시우스 헤르메스:(제 볼에 닿아오는 온기에, 춤이 멈추고 나서도, 홀을 향해 걸어가는 널 보면서 자리에 멈추어 있었다. 이게, 무슨... 제 볼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네가 문쪽에 다 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네 물음에 심란하던 마음은, 홀에 들어서 해야할 일 조차 까먹게 만들 정도로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그, 그래. (평소라면 거의 더듬지 않았는데. 워낙 당황했던 탓일까.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널 보면서 그저 전날의 장난이겠지, 애써 되뇌였다. 천천히 정원과 홀을 잇는 문을 열었다.)
저택의 홀
정원에서 홀로 들어서자, 시간이 지났는지 조금은 널찍해진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미 몇몇 사람들은 빠져 나간 것 처럼 보이네요.
여전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 린튼가 사람들과 내일 결혼 할 하퍼 린튼, 페일럿의 먼 친척들도 간간히 보이곤 합니다.
그 외에도 지방 귀족들도 눈에 들어오네요.
바이홍 페일럿:('그' 린튼이 있는데 지방 귀족들에게는 신경을 좀 덜 써도 되겠지. 어차피 자기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일테고, 자신이 아니더라도 사용인들이 그들을 챙겨줄테니. 우슨 얼굴로 린튼가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린튼가의 일원:(들리는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바이홍을 발견하고는 화색을 띄었다.)
이게 누구야, 우리 새가족 될 사람 아니야!
만나서 정말 반갑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영특하게 생겼군.
바이홍 페일럿:좀 더 일찍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 면목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리 칭찬까지 해주시니... (머쓱한 얼굴로, 부끄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제법 싹싹하게 굴었다. 앞으로 같은 배를 탈 사람들에게 벌써부터 미운털이 박혀서야 좋을 게 있나. 어수룩한 티를 내비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페일럿의 파티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오늘을, 내일을 위하며 최대한 멋있고 아름답게 꾸며보았는데...
린튼가의 일원:물론 마음에 드는군. 이 린튼의 눈에도 만족할 정도라니. 얼마나 화려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 무척 마음에 들어. 내일 결혼식이 기대될 정도라네.
아, 여기까지 와줬으니. 배우자가 될 사람도 봐야하지 않겠는가. 하퍼, 이리 와보게.
린튼가의 사람이 내일이면, 당신의 배우자가 될 사람을 부르고 있네요.
멀지 않은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하퍼 린튼은 고개를 돌려 당신을 향해 걸어옵니다.
하퍼 린튼:만나서 반가워요, 페일럿씨.
(능숙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어디까지나 정략결혼을 위한, 예의차린 매너였다)
바이홍 페일럿:만나서 반갑습니다, 하퍼 양.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이들이 '린튼'을 붙이고 있으니 린튼 양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는 이렇다할 애정이 담겨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례한 수준도 아니었고. 제법 친근하게 웃으며 내밀어진 손을 가볍게 잡았다.)
하퍼 양께서는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셨는지.
하퍼 린튼:(웃으며 손을 잡아오자, 살짝 흔들고는 손을 놓았다.) 워낙 잘 준비를 해주신 덕분에, 편하게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답니다. 내일 결혼식이 기대되는 군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감이지만.
바이홍 페일럿:단순한 감에 불과하더라도 그걸 실제로 만들면 되겠죠. 그리고, 우연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던 차였거든요. (결혼할 사람의 얼굴을 이제서야 보고 있는데 사랑이니 뭐니 했다가는 한쪽만 힘들어질 뿐이다. 사랑이라는 단어와 동시에 익숙한 이의 얼굴을 떠올렸으나 이내 흩어버렸다.)
남은 파티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사용인들에게 말해두겠습니다. 가족분들과 편히 즐겨주시길. 내일 결혼식 때 뵙겠습니다. (눈꼬리를 휘어 잔뜩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며칠만 지나면 저 린튼의 돈이, 권력이 자신의 손에 떨어진다. 페일럿의 가주라는 이름이 그랬던 것처럼.)
하퍼 린튼:그러면, 내일 결혼식 때 뵙겠습니다. 페일럿씨. (천천히, 짧게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네 뒤에 몇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렉시우스와 널 번갈아 보았다.)
당신의 친구가 굉장히 당신을 아끼나봐요.
하지만 관리는 좀 해두셔야겠습니다. 저게 사심이 섞인 거라면 저희 쪽은 썩 달갑지 못하니까.
바이홍 페일럿:...네? (뜻밖의 말에 당황해 웃고 있던 얼굴이 일순 무너졌다. 저도 모르게 뒤쪽에 있던 렉시우스를 쳐다보았다.)
렉시우스를 바라보니, 조금 거리가 떨어져있어 자세한 표정을 알수는 없었지만 표정이 굳어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감시라도 하듯, 당신과 하퍼 린튼을 빤히 바라보고 있네요.
바이홍 페일럿:... ... (그래도 오랜 시간을 저택에서 일했으니 손님들에게 무례한 짓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렉시우스는 유용한 사용인이니까. 그런데 대놓고 저런 표정으로 감시라도 하는듯한 태도라니.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정원에서 짧게라도 입 맞춰주는 게 아니었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전속 시종이라서요. 제가 결혼하는 게 신기하다고 하더니 호기심을 감추는 데 실패한 모양입니다. (나름대로의 설명을 하며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사죄는 제대로 해둬야했다.)
제 관리부족으로 불쾌함을 느끼게 해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당부해두겠습니다.
하퍼 린튼:그렇게 까지 사과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충실한 시종은 귀족에게 필요한 존재니까요. (짧게 웃으며, 허리를 피더니 이내 몸을 돌렸다,)
그럼, 내일 식장에서 뵙죠. (천천히 린튼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이홍 페일럿:네. 즐거운 밤 보내시길. (허리를 다시 펴고, 린튼가의 사람들에게로 돌아가는 하퍼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혹 그녀가 돌아간 후 린튼가 사람들의 표정이 나쁘게 변하지는 않는지, 뭔가 나쁜 이야기가 오고가지는 않는지 가만히 서서 확인한 후에야 몸을 돌렸다. 그리고 뒤에 서있던 렉시우스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렉시우스 헤르메스. 방금 그 태도는 뭐지? (다른 귀족들이 있는 홀이기에 큰 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표정이 굳어지는 건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목소리는 작고 낮았다.)
렉시우스 헤르메스:사용인으로써, 모시는 분의 행동을 지켜본 것 뿐인걸요. (제 풀네임을 부르는 네 말에, 자연스럽게 존댓말이 나왔다. 하퍼 린튼이 저를 바라보던 것을 생각하고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신경쓰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바이홍 페일럿:그건 어디까지나 네가 모시는 사람과 그 주변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을 때나 통하는 변명이지. (꼭 한숨이라도 내쉬는 모양새에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결혼식을 치른 후라면 또 모를까 결혼식 전에는 그 어떤 문제도 없어야했다. 몇 마디 더 하려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내 아끼는 전속시종이라는 말로 전부 감싸줄 수 있는 건 아냐. 그 정도는 알고있겠지.
렉시우스 헤르메스:(네 타박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제가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좋지 않게 한것은 사실이였으니 시종으로 적합하지는 않았다. 린튼이 꽤 마음에 들지 않고, 그것도 바이홍과 결혼을 할 것이라는 것 자체도.)
물론, 알고 있습니다. (짧게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리며 널 바라보았다. 겉으로나마 배우자라는 탈을 쓸 이에게 좋은 시종으로 대해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으니, 그저 너를 바라볼 뿐이였다. 짧게 눈을 감았다 뜨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해봤자, 의미 없는 말인건 알지만... 정말 결혼하지 않을 생각은 없는거겠죠.
바이홍 페일럿:... ... (알고 있다면서 중얼거리는 말은 저것인가. 한숨인지 탄식인지 모를 숨이 길게 늘어졌다. 이미 한 번 했던 질문이지만 또 하고싶어졌다. 너는 내가 좋아? 그렇게까지?)
그런 생각이 있었더라면 네게 허락한 게 달라졌겠지. (정원에서, 다른 곳에 입 맞췄겠지. 가까이에 서있는 당신에게나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질책은 이걸로 충분했다. 돌아서서 홀 안을 쭐 훑어보았다. 말을 걸거나 살펴볼 만한 사람이 있나?)
렉시우스 헤르메스:(들리는 말에, 표정이 가라앉았다가 옅게 떠올랐다. 다른 곳이라니. 희미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옅은 희망이란 말인가. 이런 너에게는 사소할 것 같은 행동에 잠시나마 웃으며 조금 더 오랫동안 옆에 있길 바랄 뿐이였다. 어느새 사람이 거의 빠져버린 홀을 둘러보고는 천천히 말을 걸었다.)
이제, 자고 일어나면 결혼식이니까. 자고 일어나서 준비하면 될거야.
바이홍 페일럿:그래? 그럼 나머지 손님접대는 사용인들에게 맡기지. (굳이 더이상 신경 쓸 만큼 중요한 사람들은 없는 모양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닌데 피곤했다.)
같은 항의가 내 귀에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하고.
렉시우스 헤르메스:(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홀의 끝자락에 있는 문을 열었다.)
피곤할테니, 얼른 자는게 나을거야.
바이홍 페일럿:그래야지. 내일은 결혼식이니까.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좋은 방향으로. 분명히. 스스로에게 세뇌라도 하듯 생각하며 방으로 돌아갔다.)
결혼식 당일 아침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렉시우스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코빼기조차.
바이홍 페일럿:(사용인들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날이 날인지라 평소보다 훨씬 더 끈질기고 길게 이어지는 몸단장이 지겹고 어딘가 어색하다고 느껴질 즈음, 렉시우스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색하다고 느낀 이유가 이거였나. 천천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폈으나 여전히 그림자조차 보이질 않아서 쯧, 혀를 찼다. 어지간히 바쁜 것인지, 아니면 어제의 일로 마음이라도 상했는지.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일을 책임감 없이 버려둘 만한 녀석이 아닌데...)
렉시우스는? (자신에게 붙어있는 시종들에게 물었다. 대체 어딜 가서 뭘 하는지. 전속시종이면서.)
페일럿 가의 일원:(렉시우스 대신 바이홍을 보좌하면서, 바이홍을 바라보았다.) 안그래도 아침부터 보이질 않던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방에도 보이질 않던데...
바이홍 페일럿:너희들도 모른다고? (적어도 같은 시종들끼리는 알 거라고 생각했다. 저택의 일은 많고, 오늘 같이 중요한 날은 더욱 그러니까. 그럼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긴거나 마찬가지인데... 그 녀석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거 이상한데. 렉시우스가 어딜 갔는지 아는 이가 아무도 없어?
페일럿 가의 일원:(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시종들에게 소근거리더니, 이대 고개를 저었다.) 우선 여기에 있는 아이들은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원래... 저희보다 먼저 바이홍님께 가서 보좌하던 녀석이라. 이렇게 사라진건...
우선, 빠르게 결혼식 준비를 마치겠습니다.
바이홍 페일럿:...그래. 중요한 건 결혼식이지. (시종 한 명을 찾겠다고 이 바쁜 날 사람을 더 분산시키는 것도 우스운 짓이었다. 어딜 갔는지 찾아내서 꾸중하는 건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때는 다른 의미로 바쁘겠지만 적어도 급한 일이 코앞에 있는 건 아니니까.)
서두르도록. 결혼식 날부터 신부를 심심하게 만든 신랑이라는 소리를 듣고싶지 않거든.
시종들이 준비를 마치고, 어느새 몸 단장을 끝냈습니다.
렉시우스를 제외한, 모든 시종이 곧 결혼을 앞둘 바이홍에게 예를 갖추고
이제 식장으로 향할 시간이라고 알리네요.
렉시우스는 어디로 간걸까요.
바이홍 페일럿:...부모 대신 네가 울겠다는 소리는 안 할 걸 그랬나. (하긴 마음이 있는 상대의 결혼식을 누가 보고 싶어하겠는가. 시종들을 쭉 눈으로 훑어보곤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스스로의 일을 내팽겨치는 건 시종의 자격이 없는 게 아닐까 렉시우스. 속으로 그를 질책하다가 곧 머릿속을 완전히 비웠다.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걸음을 옮겨 식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도착한 식장,
그러니까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바이홍 페일럿:... ...?
묘하게 풍기는 기묘한 서늘함.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 속,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이 이상한 분위기 일까요.
바이홍 페일럿:...영 분위기가 이상한데. (보통 결혼식이라고 하면 좀 더 따스하고 즐거운 분위기 아닌가?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옆에 있는 시종에게 물었다.) 어디서 이상한 냄새도 나고. 문제라도 생긴건가?
페일럿 가의 일원:파악해보고 오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다는 언질은 받지 못했는데...!
당신이 홀 안으로 들어서자, 홀 안이 소란스러운 것을 깨닫습니다.
GM: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바이홍 페일럿:(왜 이렇게 소란스럽지? 한 번 찡그려진 얼굴은 영 펴지지를 못했다. 대체 뭐라고 떠들고 있는건지 신경쓰였다.)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페일럿 가의 일원:아니, 경찰이 왔다고? 어째서, 무슨일이야?! (사용인들 사이를 오가며, 이리저리 수근거린다.)
소란스러운 장소로 다가가면,
린튼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부인의 남편 또한 넋이 나간 기색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제 마주한 당신의 예비 배우자. 하퍼의 시체입니다.
GM:바이홍 페일럿, 이성체크.
바이홍 페일럿:... ...하퍼 양?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바이홍 페일럿:(대체 그녀가 왜? 당황스러웠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애초에 어떠한 마음을 품고 한 결혼도 아니었기에, 바로 어제 처음으로 얼굴을 본 사이여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표정을 갈무리하고 울고있는 린튼 부인에게로 다가갔다.) 부인, 부인. 괜찮으십니까? 이게 대체...
페일럿 가의 일원: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아, 페일럿, 씨... (차마, 당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딸아이의 죽음이 충격적인 듯, 간신히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였다.)
바이홍 페일럿:(대화를 할 상황이 아니군. 속으로 혀를 차며 그녀의 등을 가볍게 쓸어주었다. 주변의 사용인들에게 눈짓해 부인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게했다. 그 옆에 있던 부인의 남편에게 물었다.) 괜찮으신지요. 들어가서 쉬시는게...
페일럿 가의 일원:(부인을 안으로 들여보내고, 남편조차도 그리 제정신은 아니였다.) 아, 페일럿씨. 결혼식날에 이런 일이 있어서, 죄송하군요. (간신히 말을 잇고는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시선은 시신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바이홍 페일럿:죄송하실 것까지야. 갑작스러운 일이지 않습니까. 어느 누가 결혼식 날에... (신부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겠어. 식을 치르기도 전에. 하퍼의 시신을 흘끔 보았다가, 다시 남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페일럿 가의 일원:저도, 저도 잘... 총소리가 들렸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준비를 끝마치고 식장에 오는길에 지나가던 사용인들에게 들어서 다급하게 온거라.. (시신 주변에 조사하고 있는 경찰을 보고는 손에 얼굴을 파묻고는 고개를 숙였다.)
자세한건, 저쪽에 경찰에게 물어보시죠.
바이홍 페일럿:총 소리... (저택 한복판에서, 소음기도 쓰지 않고 신부를 쐈다? '그' 린튼 가의 여식을? 범인은 대체 누구고 왜 이런 짓을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사용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놓은 식장이 구둣발에 엉망으로 짓밟히는 걸 보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제가 괜한 걸 물었군요. 죄송합니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들어가서 쉬십시오.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시체 주변에 있는 경찰들에게 다가갔다. 그 아름다운 여인이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시체로 돌아왔다. 당황스러움이 가신 것과는 별개로 기분이 이상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좀 들어야겠는데.
경찰:(분주하게 사건을 조사하던 와중, 바이홍을 보고는 살짝 고개를 까딱였다. 결혼식날 신부가 죽은, 안타까운 신랑을 보고는 조금 안타까운 시선이 감돌았다.)
사인은 총살입니다. 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 소리를 듣고 뛰어왔을 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더군요.
바이홍 페일럿:대체 누가 '그' 린튼을 결혼식 날 죽일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군. (사교파티에도 잘 나오지 않을 만큼 폐쇄적인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날을 노린 것일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이 자신의 신부가 될 이였다는 부분만 제외한다면 자신과 일절 관계없는 일일텐데. 쯧. 혀를 찼다.)
범인은? 용의자는 특정했나?
경찰:어느정도 범위를 좁히고 있는 중이지만, 단서를 더 찾고 사람이 추려지면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총살이라서 빼도박도 못하게 살인이 분명한 터라, 경사로운 결혼식 날 이런 일을 겪게 되심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GM:살인 현장을 둘러봄이 가능합니다.
현장은 1층 응접실로, 카펫 위에는 쓰러진 하퍼 린튼-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의 시체가 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린튼의 시체, 카펫, 열려있는 창문과 장식장 정도입니다.
GM: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바이홍 페일럿:정말이지, 난리도 아니군... (경찰들에게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현장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하퍼가 죽어버렸는데, 그럼 린튼 과의 관계는 어찌되는 것이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린튼의 시체를 살펴보았다.)
린튼의 시체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눈도 채 감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이 정확히 머리를 쏜 모양입니다.
바이홍 페일럿:정말... 노골적인 살의라서 웃기지도 않군. (알려진 게 많이 없는 만큼 숨겨져있는 죄도 많다 이건가? 인상을 찌푸린 채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았다. 뭔가 특별한 건 없을까? 다잉 메시지라든지...)
바이홍이 시신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체의 손에 무언가 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GM:은밀행동판정이 필요합니다.
바이홍 페일럿:...이게 뭐지? (주변을 돌아다니는 경찰들을 힐끔 보고, 몰래 손에 쥐고 있는 걸 확인했다.)
은밀행동
기준치:
20/10/4
굴림:
40
판정결과:
실패
경찰:무언가, 신경쓰이는거라도 있으십니까?
바이홍 페일럿:(저것들은 쓸데없이 눈치만 빠르지. 속으로 욕을 삼키며 진중한 표정을 했다. 어차피 귀족인 자신을, 그것도 결혼식 날 예비 배우자를 잃은 자신을 지나치게 다그치고 몰아갈 용기 넘치는 경찰은 없을리라. 그러면 뻔뻔하게 밀고나가는 게 나았다.)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말이지. 얌전히 기다리는 것도 성미에 맞지 않아서 주변을 좀 둘러보고 있었다. (진지한 표정에 힘을 실으려 부러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댄 채 일어나지 않았다. 귀족 어르신들이라면 몰라도 이런 이들에게 어수룩한 척을 해 봤자 먹힐리가 없지.)
현장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 그러니 좀 내버려 두겠나? 버진 로드를 밟기도 전에 배우자 될 사람을 잃어서, 솔직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러 눈을 가늘게 뜨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굉장히 기분 나쁘거든. 건물을 그냥 다 밀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위협
기준치:
60/30/12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경찰:(꽤 기분이 좋지 않은 바이홍을 보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신부를 잃어버리셨으니 충분히 이해합니다. 현장보존만 해주신다면...
(바이홍의 한마디에, 경찰서의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이 없지도 않았으니, 높은 이에게 빌빌댈 수 밖에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위협적인 분위기에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던 것은 물론이였다.)
잠시 다른 곳을 수사하고 있겠습니다.
바이홍 페일럿:방금 말했지. 현장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고. 내가 그것도 모르는 무뢰한으로 보이나? (협박이 먹히는 듯 하자 더욱 목소리를 깔고 으르렁거렸다. 날카로운 눈매와 큰 키는 이럴 때에 아주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적당히 둘러보고 부를테니 그동안은 좀 피해있지. 지금이라면 무례를 용서해주지. (그리고 갑자기 사나운 표정을 풀었다. 속눈썹을 파르라니 떨었다. 원래 아랫것들은 드라마에 약한 법이니까.)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취미도 없고.
어쨋거나, 썩 꺼져. (금세 또 사나운 표정으로 돌변했다.)
경찰:(바이홍의 으름장에 흠칫거리며 다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마치 내빼는 것 같아보이기도 했다.) 알, 알겠습니다. 다른 곳을 살펴보고 있겠습니다.
이내 경찰은 다른 곳으로 황급히 움직여 사라집니다.
바이홍 페일럿:정말 귀찮게 군다니까, 경찰이라는 것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비하하는 소리를 하며 하퍼의 손 안에 있는 게 무엇인지 살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빼보면 찢어진 쪽지입니다
쪽지를 펼쳐보면, 거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마주합니다.
바이홍 페일럿:거미...? (웬 거미 그림이지. 자세히 살펴본다. 이런 비슷한 걸 혹시 본 적이 있을까?)
기억을 떠올려봐도, 이런 그림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바이홍 페일럿:흠... 곤충에 관심이 있어야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쪽지 뒤편에는 뭐가 없을까?)
카펫은 핏자국으로 너덜합니다. 그 위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딱 봐도 고급 재질, 비싼 카펫 같은데. 관리도 어려울 것이 피로 적셔지다니 이 방면에서도 난감한 일이군요.
바이홍 페일럿:사용인들이 울상이겠어. (사용인 하니 자연스럽게 렉시우스가 떠올랐다. 이 난리가 났는데 대체 어딜 가서 뭘 하고 있는걸까. 혹시 아무도 모르게 사건에 휘말린 건 아닌가? 만약에, 라는 말을 단 의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파고들어 아득해졌다. 눈을 꾹 감았다 뜨고 카펫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발자국이나 핏자국 외에 특별히 눈에 띄는 건 없나?)
GM:관찰 판정이 필요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렉시우스 헤르메스, 돌아오면 보자고... (그 녀석 한 명 때문에 머릿속이 번잡해져서 제대로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었다. 괜히 화풀이를 하며 다시 한 번 카펫을 훑었다.)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떨어진 탄피를 발견합니다. 매그넘 계열. 리볼버에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딱 봐도 이게 불쌍한 피해자를 죽인 무기겠죠.
바이홍 페일럿:경찰들은 탄피도 발견을 못 한 건가?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어차피 총살이라는 건 명백하니 어떤 총을 썼는지만 알아도 범인을 추리는 데에 도움이 될테니. 몸을 일으켜 한쪽에 있는 장식장으로 향했다.)
장식장
문득 바라본 장식장은 한쪽 문이 미미하게 열린 채입니다.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 가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입니다만… 뭘까요?
유독 큰 액자 안 사진이 빠져 있습니다. 누군가 억지로 빼간 느낌입니다.
바이홍 페일럿:...왜 사진이 사라졌지? (의아함에 고개를 기울였다. 이 액자 외에는 사진이 사라진 액자가 없나?)
린튼가와 페일럿 가의 가족사진이 각각 비치되어 있었지만, 린튼가의 액자만 이상합니다.
바이홍 페일럿:계획된 살인이라고 하면 오히려 흔적을 남기려 하지 않을텐데 왜 사진을 가져갔을까. (범죄를 저지른 인간의 행동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나, 애초에. 금세 관심을 거두고 열려있는 창문으로 향했다. 이건 왜 열어둔거지?)
열려있는 창문
창문 근처에는 마침 경찰이 있습니다. 다가오는 당신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를 피하네요.
살피면, 창가에 신발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크기는 성인 남성의 평균치, 키가 조금 큰 편에 속하는 듯 큰 발자국입니다.
어쩐지 익숙한 크기입니다.
저 신발자국도 마찬가지네요.
바이홍 페일럿:... ... (왜 익숙할까. 문득 가슴에 불안함이 치밀어올랐다. 어디서 본 신발 자국인지 떠올릴 수 있을까?)
GM:아이디어 판정 어려운 성공 이상일시 가능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 신발 자국은, 익숙한 신발의 밑창입니다. 아주 많이, 익숙한 느낌이 스쳐지나갑니다.
비 오는 날, 페일럿 저택에는 저 신발자국이 종종 보이곤 했었죠.
바이홍 페일럿:(생가하면 생각할 수록 너무나도 익숙했다. 비 오는 날이면 저택 바닥에 찍히곤 했던 신발자국. 자신에게 이토록 익숙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 저택 안에서라면 더욱더. 한 번 피어오른 불안함은 가라앉기는 커녕 점점 그 크기를 불려갔다.)
...여긴 어디로 이어지지. (괜히 소리를 내어 중얼거리며 창 밖을 내다보았다.)
창문을 너머로 바라보니,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이 보입니다.
어제부터 많은 사람들이 다녀, 잔디가 구겨진 탓인지 정확한 방향을 알 수 없습니다.
경찰:(둘러보는 바이홍을 보고는, 이리저리 받은 서류를 넘기며 다가왔다. 심각한 얼굴로 신중한 말투로 차근차근 말을 건네었다.)
혹시, 렉시우스 헤르메스를 아십니까?
바이홍 페일럿:... (경찰의 입에서 자신이 떠올리고 있던 이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저도 모르게 손을 꽉 말아쥐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경찰을 쳐다보았다.)
알고 있지. 내 전속시종이니까.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지?
경찰:(잠시 서류를 넘기며) 오늘 하루종일 보이지 않았고,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증언들이 몇몇 들어왔습니다.
거기다가, 정원사가 1층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에 대한 인상착의를 묻고 다니니 모두 렉시우스와 비슷하다 증언하길래 말입니다. 혹 오늘 렉시우스가 이 시각에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바이홍 페일럿:... ... ...
난 모른다. 내가 결혼식 준비를 할 때도 보이지 않았어. (원래는 그 어떤 시종들보다 먼저 와서 시중을 들어주는데도. 뒷말은 하지 않고 삼켰다. 지나치게 쓸데없는 이야기다.)
경찰:그렇습니까. (미심쩍은 얼굴로 바이홍을 바라보다가, 이내 수긍하는 듯 자리를 피했다.) 우선, 큰 일이 일어났으니 쉬고 계시지요.
찜찜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
린튼가의 사람들이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하퍼 린튼의 부모님 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바이홍 페일럿:... (대체 렉시우스는 어디서 뭘하고 있는 걸까. 대체 아침부터 뭘하고 다녔길래 범행 장소를 나다니고 있었다고 증언이 속속 들어오는 것인지. 심란한 마음을 정리하고 있을 즈음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애써 입꼬리를 올려 미소지었다.) 괜찮으십니까? 린튼 부인.
바이홍이 린튼 부인을 바라보아도, 부인은 아무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입을 다문 채, 당신을 바라보는 태도는, 다소 기형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바이홍 페일럿:부인? (충격을 어지간히 크게 받기라도 한걸까. 의아함에 고개를 기울이다가 그의 남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둘 모두 같은 상태인가?)
남편도, 고개를 살짝 돌린 채, 마차안의 커튼 사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태도가, 부인과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바이홍 페일럿:(부부 모두가 똑같은 상태라니, 충격이 정말 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동시에 조금씩 이상한 기분이 피어올랐다. 그 어떤 말도 하지 않는 저 모습이 한편으로는, 오싹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그렇게 마차를 떠나보내고, 홀이 마련된 별채에서 본관으로 돌아갈 즈음, 어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바이홍 페일럿:...? (찝찝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느껴지는 시선에 인상을 팍 쓴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구지?)
GM:관찰 판정이 필요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는 저택 한구석에 있는 풀숲 속.
하얗고 벌레처럼 생긴 무언가가 당신을 응시하다 사라짐을 발견합니다.
바이홍 페일럿:방금 그건, 뭐지...? (벌레? 아니, 벌레라면 그것이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을텐데. 기묘한 감각이 팔을 타고 올랐다. ...대체 무엇이었을까. 조금 전의 벌레처럼 생긴 그것은.)
당일 저녁
돌아온 집안은 그야말로 난리입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심지어 결혼 대상이.
당신은 어떤가요? 괜찮나요?
괜찮든, 괜찮지 않든, 지금 이 상황에서 렉시우스가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장 경찰이 한 말만 봐도 말이에요.
렉시우스와 닮은 사람이겠거니 하려 해도 여러모로 불안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바이홍 페일럿:(사용인들이 수근거리고 한 번을 채 쓰이지 못한 축하용 소품들이 치워지는 걸 보면서도 뭐라 말을 걸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그나마 자신과 '정말로' 친분이 있던 이가 아니긴 했으나 이 사건으로 린튼에게 줄을 댈 명분이 사라졌다. 갑자기 신부를 잃은 신랑을 린튼에서 어여삐여겨 거두어줄 수도 있겠으나 마차에 타서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기묘한 시선을 떠올리면 괜시리 불쾌해졌다. 여전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렉시우스를 떠올리면 그 불쾌감은 배가 되었다. 대체 어딜 간 거지? 뭘 하고 있어? 네가 총을 쏴 그녀를 죽인걸까? ... ...내가 결혼하는게 싫어서?)
...하. 이쯤되면 망상도 병이야... (설마 그렇겠어. 중얼중얼거리며 한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설마 그런 이유로 사람을 죽이겠는가. 자신의 앞길에 방해될 것이 뻔한데. 자신의 일이라면 본인의 일보다 끔찍하게 구는 그가. 렉시우스가 그럴리가...)
방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는 가운데 창밖으로부터 렉시우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인들이 뛰어나가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바이홍 페일럿:렉시우스? (더욱 시끌벅적해지는 소리 사이사이에 익숙한 이름이 들리자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정말로 렉시우스인가?)
창 밖을 내다보면, 사람들에게 둘러쌓인채 어리둥절한 채로 답하는 렉시우스가 보입니다.
바이홍 페일럿:...렉시우스 헤르메스!! (저도 모르게 빽 소리를 내질렀다. 순간 머리로 피가 쏠렸다. 지금까지 뭘 하다 이제 나타나서 저렇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너 거기 가만히 있어!!
(그리고 빠르게 방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갔다. 걷는 게 아니라 거의 뛰는 속도였기에 지나가던 사용인들이 당황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보다는 렉시우스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정말로, 모든게, 엉망진창이다. 반은 숨이 가빠서, 반은 열 받아 씩씩거리는 상태로 저택 밖으로 나왔다.) 대체 어딜 가서 뭘 하다 이제 돌아오는 거지, 렉시우스 헤르메스!!
렉시우스 헤르메스:(달려오는 바이홍을 보고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손이 들고있는 물건을 사용인에게 건네며, 홍에게 되물었다.) 아, 홍 내가 옆에 있어야했는데.
(어깨를 으쓱거리며, 사온 물건을 손으로 가리켰다.) 피로연에 쓸려고 주문해둔 물건이 오전에도 도착을 하질 않아서, 급하게 상점에 다녀왔어. 저택에서는 내가 발이 제일 빠르니까.
바이홍 페일럿:저택에서 가장 발이 빠르면서, 오전에 상점을 갔다는 놈이, 이제야 돌아온다고? (말 한 마디 한 마디 힘 주어 끊을 때마다 성큼성큼 당신에게로 다가갔다. 저 여유로운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옆에 있어야했는데, 라고 말하면서 정작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짜증났다. 그리고 동시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구는 행동에 안심하는 스스로에게 열이 뻗쳤다.)
변명을 할 거면 제대로 해 봐, 렉시우스 헤르메스. 내가 일어나서 다른 시종들에게 시중을 받을 때까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으면서.
GM:렉시우스에 대해 관찰판정이 가능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7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렉시우스를 자세히 살펴보니,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느낌입니다. 단순히 상점을 다녀와서 그런 걸까요?
바이홍 페일럿:단순히 물건을 사러 가는 것만으로는 이렇게까지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을테고, 그렇게까지 피곤해 보일리가 없는데. (뛰느라 거칠어졌던 숨은 어느 정도 고르게 변했으나 분노로 씩씨거리는 건 여전했다. 이젠 거의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저택이 다 뒤집어질 동안 넌 어디서 뭘 하고 있었냐고.
렉시우스 헤르메스:상점이 저택이랑 꽤 멀리 있어서, 아직도 준비를 해두지 않아서 받으러 가기도 꽤 시간이 걸려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야? 적어도 피로연 시간에는 맞출려고 서둘렀는데.
(그러고는 이내 가게의 영수증을 내밀었다. 페일럿 저택과는 정 반대에 위치한 어느 장인의 가게. 때마침 사건이 일어난 시각에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였다. 살인을 저질렀다면 절대 그 시각에 영수증을 받지 못했을 거리.)
바이홍 페일럿:(내밀어진 게 무엇인지 보기 위해 거의 낚아채듯 받아들었다. 상점이라 해서 근처에 있는 곳을 말하는 줄 알았더니 아예 반대에 있는 곳이다. 시간도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라 당신이 저택에 없었음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인식하자마자 순간 머리로 쏠렸던 피가 다시 원래자리로 돌아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간 머리가 핑 돌아 한 손을 이마에 댔다. 한 가문의 가주가, 귀족이 참 잘하는 꼴이다...)
하퍼 양은 죽었어. (낚아챈 탓에 몽땅 구겨진 영수증을 돌려주었다. 여전히 인상을 쓰고 있었으나 날카로운 분위기는 한결 누그러진 상태였다. 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식을 올리기도 전에. 경찰이 몰려들고 부인과 부군은 정신을 못차리고.... 저택이 안 뒤집히고 배기겠어?
렉시우스 헤르메스:죽, 었다니. (놀라는 듯 잠시 움찔했지만, 그리 슬퍼보이는 기색은 아니였다. 어차피 이 결혼을 못마땅해 했는데, 슬퍼하기는 커녕 다행이라고 여길지도 몰랐으니. 그 새 걱정스러운듯 널 바라보았다. 사랑이 없는 결혼인 것을 알고, 저에게는 기쁜 일이지만 어느정도 충격이 있을지도 몰랐으니, 순전히 너만을 바라본 걱정이였다.)
린튼가의 사람이.... 너는 괜찮아? (네쪽으로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천천히, 네 팔뚝을 붙잡고는 이곳저곳 상태를 살펴보았다.)
렉시우스가 바이홍의 상태를 살펴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렉시우스에게 영수증을 받아들고 알리바이를 묻습니다.
영수증의 시각과 사건 추정시각, 비록 인상착의가 비슷하기는 했지만 경찰은 결국 수긍하고는 저택에서 철수합니다.
바이홍 페일럿:나는 괜찮아. 사건이 일어나고 현장에 사람들이 우글우글할 때 식장에 도착했거든. (당신이 마음껏 살펴보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래. 아침에 지루함과 어색함을 느꼈던 이유가 이거였다. 십 년이 넘도록 자신을 살펴본 이 손길이 없어서. 경찰이 알리바이를 캐물을 때는 영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았으나 제지를 하지는 않았다. 영수증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으니 그들이 물러설 수밖에 없음을 알았기에.)
범인은 언젠가 잡히겠지. 린튼이 우리에게 어떻게 대할지를 모르니 이런 방면에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겠지만... ...일단 네가 범인이 아니라면 그걸로 됐어. (이 말만큼은 거짓 하나 없는 진심이었다. 정말로, 그거면 되었다. 자신의 부인이 될 예정이었던 여자보다 렉시우스에게 좀 더 많은 정을 주고 있었으니까. 함께 해온 세월이 있는데.)
지금은 그걸로 충분해...
렉시우스 헤르메스:그래도, 우선 방으로 들어가서 쉬자. 진정하고 있었는데, 내 소리 때문에 나온 것 같으니까... (조금 힘이 빠진 것 같은 네 목소리에, 널 살짝 끌어안았다.달려오느라 지쳤을 널 생각하고는, 옆에서 조금 부축했다.)
린튼은.. 곧 전갈이 오겠지. 결혼은 무산 되었으니 사후 처리를 해야할거니까. (충분하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약간의 미소가 지어졌다.천천히 널 부축하며 간신히 미소를 숨기고는, 말을 이었다.) 방으로 돌아갈까.
바이홍 페일럿:알고는 있다니 다행이네. 그정도 눈치도 없었으면 더 화내려고 했어. (익숙한 체온이 닿아오자 바닥에 얕게 남아있던 긴장감까지 완전히 흩어지고 사라졌다. 목소리에도 힘이 빠졌던 것처럼 어깨가 완전히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기꺼이 당신에게 몸을 맡겼다.)
...돌아가자. 아침에 없었던 만큼 배로 시중을 들어줘야겠어, 렉스. (일은 더 주겠지만 주는 돈은 그대로일거라며 실없는 소리를 덧붙였다. 원래라면 이 저녁, 결혼식의 저녁에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은 낯선 신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옆에 서서 자신을 부축하고, 걱정하고 있는 사람은 렉시우스였다. 기분이 묘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럴까. 아니면...)
당신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주변의 사용인들이 모두 물러나고, 바이홍과 렉시우스만이 방 안에 남습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너를 방 안에 있는 소파에 앉히고는, 마련된 작은 의자에 앉아 널 마주보았다.) 상태는, 괜찮은거 맞지. (네 손가락을 잡아, 조금 만지작거렸다. 네 얼굴을 번갈아보는 눈은 걱정하는 듯한 기색이 가득했다.)
바이홍 페일럿:누구누구 때문에 피곤한 것 빼고는 괜찮아. 정말로. (자신만을 바라보고, 자신을 걱정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는 태도가 만족스러웠다. 전담시종이니 당연한 행동이겠지만 유독 그랬다. 시선을 마주한 채로 잠시 말이 없다가, 제 손을 만지작거리는 당신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너는? 너야말로 꽤 피곤해보이는데.
렉시우스 헤르메스:(누구누구라니, 잠깐 헛웃음을 짓더니 미안하다는 듯 손을 꼼지락거렸다. 제 손이 잡히자, 번갈아보던 시선을 너에게 고정했다.)
나? 좀 먼길을 걷기는 했지만 이정도는 괜찮아. 체력이 있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결혼식이 이렇게 무산되니, 유감이야.
바이홍 페일럿: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소파의 등받이에 푹 몸을 기댔다. 두 눈은 여전히 당신을 향한 채였다.)
경찰이 널 의심한 가장 큰 이유가 뭔지 알아?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증언 때문이었어.
네가 알다시피... 내가 그렇게 반기는 편은 아니였잖아. 개인적으로는, 네가 결혼을 하지 않길 바랬으니까.
이미 죽어버린 신부를 둔 신랑 앞에서, 이런 말을 하기에는 무례한가. (농담조로, 말을 이었다. 시선을 피하다가, 조금씩 흘끔거렸다.)
바이홍 페일럿:말을 먼저 꺼낸 사람은 그 신랑이니 그렇게 눈치보지 않아도 돼. 네가 못마땅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새삼스럽게 자신의 눈치를 보는 당신이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겨서 픽 바람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래서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궁금했던 것뿐이야. 어제도 예비 신부를 불순한 눈으로 쳐다봐서 불쾌하게 만들었잖아? 그런데 결혼식이 무산되어서 유감이라니. (너무 말이 안 맞잖아. 잡고 있는 손의 손가락을 느리게 툭툭 건드렸다. 그 말이 진심이었다면 이번에야말로 진지하게 당신을 의심했으리라.)
렉시우스 헤르메스:너에게 안좋은 일이기는 하니까. (잠시 말을 멈추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내 네가 잡은 손을 바라보더니 옅게 미소지었다. 언제나 생각해도, 네가 자신의 손을 잡은걸 보면 만족스럽기 그지없었다.)
대화가 조금 길어질 것 같기도 하고, 잠들기 전에 간단히 차라도 한잔 할까. (네 손을 살짝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단하게 차라도 준비해올게.
바이홍 페일럿:그래. 밤이니까 너무 진하게 타지는 마. 안 그래도 스트레스 받아서 쉽게 잠이 안 올텐데 차까지 진하면 분명 밤을 샐 걸. (가벼운 어조로 대꾸하며 손을 펼쳤다. 타인의 온기가 떨어져 나간 빈 공간이 왠지 허전해서 손을 몇 번 쥐었다펼쳤다 했다. 이내 몸을 완전히 소파에 파묻듯 기댔다.)
렉시우스가 방을 나가고, 문득 렉시우스가 짐을 남기고 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차피 다시 오긴 하겠지만 삐죽 튀어나온 신문은 신경 쓰입니다.
바이홍 페일럿:짐을 가지고 왔다갔다 하려면 정리는 좀 잘해두지는. (어차피 시종은 귀족의 재산이고, 시종의 소유물은 곧 귀족의 소유였다. 그러니 가져가 본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애초에 그냥 신문이기도하고. 상체를 다시 바로 세워 신문 을 빼냈다.)
신문을 꺼내보면 1면부터 린튼 가와 당신의 집안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GM:자료조사 판정이 가능합니다
바이홍 페일럿:이런저런 의미로 이름을 날리는 데에는 성공하겠네, 페일럿이. (이걸 좋다고 해야할까 나쁘다고 해야할까. 가벼운 고민을 하며 계속해서 신문을 읽었다.)
자료조사
기준치:
80/40/16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신문의 뒷장을 넘겨보면, 사망, 실종자 명단이 적혀있습니다.
명단을 보니 묘하게 꺼림직한 기분이 드네요.
바이홍 페일럿:사망에 실종자 명단이라... (느릿하게 훑어보다가 꺼림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지?)
이상한 느낌이 드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바이홍이 신문을 보고 있자, 렉시우스가 티세트를 들고 안으로 들어옵니다. 얼핏 보이는 찻 주전자에는 금방 덥혀온 물인 듯, 옅게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바이홍 페일럿:무슨 차야? (렉시우스와 티세트를 힐끔 확인하고는 다시 신문을 보았다.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와 보고 있다는 데에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귀족이란 본래 그래 먹은 것들이었다.)
GM:간단하게, 레몬을 가향한 레이디그레이야. 자기 전에는 가벼운 걸 마시는게 나을 것 같아서. (네가 제 신문을 보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소파 앞에 마련된 티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천천히 네가 보며 마시기 편하게 찻잔에 차를 따르고는 마주앉았다.)
렉시우스 헤르메스:간단하게, 레몬을 가향한 레이디그레이야. 자기 전에는 가벼운 걸 마시는게 나을 것 같아서. (네가 제 신문을 보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소파 앞에 마련된 티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천천히 네가 보며 마시기 편하게 찻잔에 차를 따르고는 마주앉았다.)
신문에 볼만한 내용이라도 있어?
바이홍 페일럿:볼 만한 내용이라면 글쎄, 페일럿이 오늘도 1면을 차지했고 내일도 1면을 차지할 거라는 부분 정도? (신문의 마지막 장까지 훑어보며 찻잔을 집어들었다. 딱 좋게 데워진 찻잔에 기분이 좋았다. 차의 온도와 향, 맛도 훌륭했다.)
범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잡혀야할텐데. 남의 사업을 아주 박살을 내놓은 대가는 받아야겠어.
렉시우스 헤르메스:네 꿈으로 가는 지름길이였으니까. 그리 좋은 결과를 맞이하지는 못하겠지. (짧게 농담조로 말을 잇더니 천천히 차를 마셨다. 그저 사용인이라서 너를 보조하기 위해 배웠던 기술은 어느새 너의 입맛에 적절하게 맞아들어갈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차를 마시고 살짝 내뱉는 숨에 은은하게 감도는 레몬향이 딱 좋았다.)
오는 길에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받았어. 내일 린튼가의 사람들이 다시 방문하겠다는 전갈이 왔대.
취소된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 할거라고, 심부름꾼이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서, 내가 전해주겠다고 했지.
바이홍 페일럿:린튼에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보이기에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며칠이 지난 후에야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곧바로? 의아함과 함께 린튼 부부가 떠날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 ... ...두 명이 함께 있으니 충격을 빨리 이겨낸 걸까. 결혼식 때문에 가문의 사람들이 전부 모였으니 훨씬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그쪽에서 어떻게 나올지가 걱정이군. 이왕이면 이쪽에 떨어지는 이익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결혼을 하기로 한 신부가 죽었으니 다른 신부를 데려오겠다고 하는 건 아닐까 몰라. (그렇게 되면 그건 또 그것대로 가관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가문을 부흥시키는 데에는 좋긴 하겠다만, 자신과 결혼을 할 수 있는 연령대의 린튼이 있는지부터가 의문이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생각보다 빠르기는 한데, 이런 일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 힘드니까 그럴지도... (잠시 생각하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우리측의 과실도 아니고, 영 모르겠는 상황이라 크게 안좋은 점은 없을 것 같아. 다른 신부라... (이어지는 말에 살짝 표정을 찡그렸다. 그리 원하는 일은 아니였지만, 네 옆에서 지켜보기 위해서는 싫으면서도 감수해야하는 일이였다. 오늘 오전에 있을 뻔 했던, 결혼식 처럼.)
손님 명단을 봤을 때는 결혼은 힘들 것 같았는걸. 우선, 좋은 대화가 나오길 바래야지.
바이홍 페일럿:안 좋은 점이 있어도 무조건 좋게 만들 생각이긴 해. (누군가 듣는다면 자만에 쩔어있다고 비웃겠지만 자신은 그럴 자신이 있었다. 있다 못해 넘쳤다. 젊은 나이에 가문 내에서 영향력을 있는 대로 끼치고 있던 어른들을 괜히 밀어낼 수 있었던 게 아니다. 천천히 찻잔을 비우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결혼 없이 타협을 할 수 있다면 한결 편하겠어. 아무리 나라도 결혼식을 두 번 준비하라고 하면 짜증부터 날테니까. 그 외에 딱히 나에게 전해달라는 말은 없었고?
렉시우스 헤르메스:넌 그럴 능력이 있고, 그래왔으니까. (오만하게 말하는 널 앞에 두고, 짧게 웃었다. 어릴 적 부터 페일럿에 입양되어온 너를 처음 보고, 자라면서 보좌해온 너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이였으니까. 찻잔을 내려놓는 움직임에 살짝 시선이 따랐다.)
그것 말고는 전해달라는 말은 없었어. 그쪽도 워낙 분주하겠지. 정해놓은 일이 전부 파토났을거니까.
이제 자야할 시간인것 같은데, 내 방으로 돌아갈까.
바이홍 페일럿:아니.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폈다. 안 좋은 자세로 한참동안 늘어져있다시피 했더니 어깨의 근육이 바짝 아팠다.)
지금 말고, 이따가.
내가 완전히 잠들면 가.
렉시우스 헤르메스:(기지개를 펴는 네 옆으로 가서, 네가 편하게 일어날 수 있게 어깨를 주물거렸다. 걱정스럽게 시선이 따라가는 것은 당연했다.)
아무리 소파라도, 바로 앉아있어야지. 조금 주물러 줄게. 침대까지 같이 가고, 잠드는걸 보고 갈테니까.
바이홍 페일럿:아. 아파. (불만스럽다는 듯 뚱한 목소리였으나 하지 말라는 뜻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어차피 보고 있는 사람은 너뿐이었고, 일이 많아서 피곤했는데 하루 정도는 괜찮잖아?
말로 하니까 새삼 피곤하네... (슬슬 잠이 몰려오기 시작해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이대로 잠들면 꿈조차 꾸지 않을 것 같았다.)
렉시우스 헤르메스:(아프다는 말에, 천천히 조심스럽게 주물렀다. 어느정도 근육이 풀어지자, 천천히 손을 떼고는 네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앉을 때 크게 아무말도 안하기는 했지만... 괜히 아프다고 하니까, 그냥 그래서 그런거야.
(눈을 꿈뻑이는 널 보고는 짧게 웃음을 흘렸다.) 피곤할텐데 얼른 자. 오늘 하루가 꽤 복잡했잖아?
바이홍 페일럿:엄청 복잡했지... 내일 신문 1면이 궁금해서라도 얼른 잘래. (그거랑 별개로 졸리긴 했지만. 당연하다는 듯 내밀어진 손에 제 손을 겹쳤다. 그리고 침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렉시우스 헤르메스:(네 손을 잡고, 살짝 부축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침대 앞에 도착하고 너를 침대 위에 앉힌 뒤, 옆에 마련되어있는 작은 의자에 앉아서 널 바라보았다.)
자고나서, 내일 보자.
바이홍 페일럿:응. 내일 봐. (졸린 탓에 말이 묘하게 짧아졌다. 애초에 당신에게 존댓말을 쓴 적은 없었지만 평소의 그 근엄하게 구는 어투가 없어졌다. 푹신하고 익숙한 침대에 몸을 눕히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너도 잘 자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렉시우스 헤르메스:(십여분간, 옆에 앉아서 천천히 손을 토닥이더니, 이내 조금씩 안정적인 숨소리가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다.)
잘된일이야.
렉시우스가 나가고, 어느새 새벽이 조금 지난 밤입니다.
어제 하루가 워낙 피곤했던 탓일까요, 저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서있었는지, 늦은 새벽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문득 문 틈으로 빛이 비춰졌다 사라지는 것을 발견합니다.
바이홍 페일럿:으음... (잘 자고 있던 와중에 눈이 떠졌다. 아, 이러면 오히려 더 피곤한데, 가물가물한 정신으로 생각을 하다가 문 틈으로 들어왔다 사라진 빛을 보고 물음표를 띄웠다. 뭐지?)
사용인들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평소라면 다들 일을 열심히 하네, 하고 넘겼겠지만 어제 터진 일이 일이라서인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잠이 덜 깨 거의 비틀거리는 것에 가까운 걸음으로 문을 향해 다가갔다.)
(거기 누구지, 하고 물으려다 사용인들을 놀래킬까 싶어 문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누군가 있나?)
문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면,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복도 끝의 렉시우스의 방이 불이 켜진 채 열려있습니다.
바이홍 페일럿:뭐야, 이 시간까지 잠도 안 자나... (가뜩이나 저녁에 돌아왔을 때 피곤해 보이던 녀석이 새벽까지 깨어있는 듯 하자 확 못마땅해졌다. 덕분에 잠기운도 약간 가셨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작게 투덜거리며 방을 나와 복도 끝을 향해 걸어갔다. 한 마디 해 줄 생각이었다.)
렉시우스의 방으로 다가가면 내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렉시우스의 방
바이홍 페일럿:...? (방 주인은 어디가고 불만 켜져있는 거지. 물건들은 왜 바닥에 떨어져있고...)
... ... ...도둑이라도 든 건 아니겠지. (잠이 덜 깨서 그런가 헛소리를 했다. 도둑이 들었으면 사용인의 방이 아니라 자신의 방을 먼저 털었을 것이다. 천천히 렉시우스의 방을 훑어보았다. 눈에 띄는 건 없나?)
렉시우스의 방으로 들어서니, 온갖 잡동사니들이 방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방을 자세히 살펴보니,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수첩 그리고 널부러져 있는 침대가 보입니다.
바이홍 페일럿:이것저것 모으는 걸 좋아한다는 좋아하긴 하지... 그런데 왜 정리를 안 해둔거야. 지저분하게. (남의 방이니 간섭할 이유는 없긴 한데. 책상 위에 놓인 수첩을 펼쳤다. 일기장인가?)
렉시우스의 자필로 적힌 수첩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이름이 차례대로 적혀있습니다.
천천히 이름들을 읽어보면, 이상하게도 익숙한 기분이 듭니다.
GM:지능판정이 가능합니다.
바이홍 페일럿:이름...? (일기나 메모가 있을 줄 알았는데 웬 이름이 주르륵 적혀있어 의아함이 먼저 들었다. 물론 이것도 메모라면 메모겠지만... 왜 익숙하지?)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익숙하지만, 기억나지않는 이름들에 천천히 수첩을 넘기면.
하퍼 린튼.
잊을 수 없는 그 이름이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하퍼 양의 이름이 왜 여기에 있지. (이해할 수 없어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단순히 메모용이라고 하기에는 이름의 수가 좀 많지 않나? 렉시우스는 다른 사용인들에 비해 상당히 똑똑한 편이었다. 그래서 일을 잘 하기도 했지. 적어도 저택의 손님들이 누구인지 헷갈리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왜...)
나중에 물어나 볼까. (그는 자신이 방에 함부로 들어왔다고 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바이홍은 그의 주인이다. 반항이나 할 수 있을까? 뻔뻔한 생각을 하며 침대로 다가갔다.)
침대로 향할려고 발걸음을 옮기는 찰나.
달그락.
발치에 무언가가 걸립니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 발에 걸린것을 살펴보니,
탄피입니다.
리볼버의 탄피, 쓰지 않은 탄피가 굴러왔습니다.
근원지를 살피니 침대 밑입니다.
바이홍 페일럿:(쓰지 않은 리볼버의 탄피. 남아있던 잠기운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이게 왜, 여기에. 자연스럽게 침대 밑으로 시선이 가고 천천히 양 무릎을 꿇어 그 아래를 살폈다. 탄피가 있다는 건, 그 뜻은...)
GM:침대 밑을 보기 위해서, 관찰 판정이 필요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손을 뻗어 침대 밑을 확인하면, 노트 한권을 발견합니다.
바이홍 페일럿:이 노트는 뭐지? (총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안심을 한 건 아니었다. 손을 한 번 쥐었다 펴고, 노트를 펼쳤다.)
내부를 펼쳐보면 6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거미 그림.
이건 분명 하퍼 린튼의 시체가 쥐고 있는 쪽지 속 그림과 동일한 것입니다.
옆에 적힌 글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자.
바이홍 페일럿:6...? (게다가 거미는 분명 낮에 보았던 그 그림과 동일한 모양새였다. 이 거미와 6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아닌가, 6은 거래자와 연관이 된 것일까?)
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야. (페이지를 넘겨 다른 부분을 살펴보았다. 달리 적혀있는 건 더 없나?)
달리 적혀있는 것은 더이상 없습니다.
문득,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바이홍 페일럿:(렉시우스인가? 고개를 들어 문 밖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이걸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숨길 생각은 병아리 눈물 만큼도 없었다. 주인이 시종의 짐을 좀 보겠다는데 그게 뭐 잘못인가? 보이고 싶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이 새벽에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가지 말았어야지. 노트를 든 채로 발걸음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렉시우스가 방으로 들어오다 당신을 보고 놀란 낯을 합니다.
잠옷 차림의 렉시우스는 반팔을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팔은…….
온갖 상처로 가득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을 만큼 깊은 흉터들입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방에 들어가다가, 다급히 너를 발견하고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긴 옷가지를 집어 제 몸에 걸쳤다.) 아니, 이 시각에 왜...?
바이홍 페일럿:너야말로, 이 새벽에 대체 어...디를... (눈을 세모꼴로 뜨고 추궁하려다 팔에 박혀있는 흉터들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목에 있던 흉터 그 하나 외에 흉터가 더 있을거라고 생각 하지 않았는데. 저것들은 대체 뭐지? 그 긴 세월동안 렉시우스가 크게 다친 적이 있다면 전부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의 기억 속에서 저런 흉터를 본 적은 없었다.)
그 흉터 뭐야. (성큼성큼 다가가 걸친 옷가지를 벗기려 들었다. 방금 자신이 본 흉터가 착각이 아닌지 확인해야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그게, 밖에 나갈려다가. (이럴수가, 제게 다가와서 옷가지를 끌어내리는 손에 당황한채 허겁지겁 옷가지를 붙잡고 있다가, 결국 팔뚝이 살짝 드러났다. 팔을 수놓고 있는 크고 작은 흉터들, 표정이 찡그려 질려는걸 애써 막고는 널 바라보았다.) 그것보다, 이 밤에 왜 내 방에? 얼른 자야하지 않겠어?
바이홍 페일럿:이 시간에 밖에 나갈 일이 뭐가 있어서? (기어코 옷가지를 잡고 늘어져 방금 전 자신이 본 게 착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더 믿기지가 않았다. 자신은 정말로, 당신이 이렇게까지 다친 걸 본 적이 없었다.)
자다 깼는데 밖에 누가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나와봤더니 네 방문은 시원하게 열려있고 불은 환하게 켜져있어서 와 봤지. 그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 내가 내 저택을 돌아다닌다는데. (내가 내것을 살핀다는데. 그게 잘못되기라도 했나? 지지않고 당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모양 이 꼴인 걸 봤는데 잠이 오겠어? 이 흉터는 뭐야. 거래자니 거미니 하는 건 대체 다 뭐고? 네 수첩에 하퍼 양의 이름이 적혀있었던 이유도 들어야겠어.
렉시우스 헤르메스:네가, 내 방에 들어오는건 전혀 문제가 안되긴 하는데, 왜 하필 오늘... 일단, 일단 나가줘. 아무리 그래도... (물어 오는 네 물음을 뒤로한채, 너를 밀어내기에 급급했다. 살짝 표정을 찡그린 채로 애써 너를 밀어낼려고 했다.)
내가 문단속을 했어야했는데, 응, 나중에, 나중에 이야기할게. 우선 나가주지 않을래. 그래, 내일 이야기하자. 지금은 밤이잖아. 잠들어 있을 시각이니까. 흉터는 응,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설명해줄게, 그러니까.
(애써 들려오는 물음에 대답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바이홍 페일럿:회피하려 들지 마, 렉시우스 헤르메스. '왜 하필 오늘'이라는 말의 뜻은 뭐야? 기회가 되면 설명해준다니, 그 기회가 언제 올 줄 알고 내가 순순히 기다려야하지? 아무리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친하게 지냈다지만 그렇다고해서 네 위치를 잊어버린 것처럼 굴면 곤란하지.
내가 너에게 페일럿의 이름까지 들먹여가며 명령을 해야겠어?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게.
그게 싫으면 말 돌리지 말고 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 어서.
렉시우스 헤르메스:곧, 아니 자고 일어나서 얼마 되지 않을지도 몰라. 네가 알게 될거니까 그러니까 제발. 네 말대로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이번 한번이라도 봐주면 안될까. (너를 밀어내던 손길은, 당혹감이 어려있었다. 지금, 왜, 하필, 과거의 자신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아직까지는, 적어도 조금만 더 있다가.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반복되었다.)
내일 회의를 앞두고 있으니까. 그래, 끝나고 말해줄게. 그 전에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하지 않겠어? (천천히, 그러면서도 여전히 명백한 답을 내놓지 못한채, 그저 널 밖으로 밀어냈다.)
그때, 알려줄게.
바이홍 페일럿:헛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대답해, 렉시우스 헤르메스!!! (자연스럽게 언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자신을 밀어내는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 신체적인 능력은 언제나 자신이 밀렸다. 그게 지금처럼 분할 수가 없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곧, 알게 될거야. 그러니까 너무 화내지 말고. 하루만, 하루만 시간을 주면 알게 될거야. (네 목소리가 커지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상황을 원한게 아니였는데, 지금은 너무 일렀다. 적어도 , 그래 하루만 더, 네가 추궁을 하며 언성을 높임에도 긴 말을 잇지 않은 채, 널 문 밖으로 밀어냈다.)
항상 네 곁에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거니까. 이번만, 조금만. 참아주면 안될까.
바이홍 페일럿:...그 말 지켜. (있는대로 화가, 신경질이 났을 때 으레 내곤 하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말 사이사이에 섞였다. 안 그래도 날카로운 인상이 화 때문에 있는대로 날카로워졌다.)
하루만 기다리라는 말.
항상 내 곁에 있을 거고 앞으로도 있을 거라는 그 말.
둘 중 하나라도 안 지키면 그 때는 더이상 나도 참지 않아. 알겠어?
렉시우스 헤르메스:(네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곁에서 떨어질 생각은 항상 추호도 없었으니, 당연한 말이였고 지킬 수 밖에 없는 말이였다. 잔뜩 화가 난 표정을 보고는 조금 처진 얼굴로 널 바라보았다.)
항상 지킬 말이니까. 그러니까, 부탁해. 내일 , 내일 보자.
바이홍 페일럿:(저런 표정을 하면 더 화를 낼 수가 없잖아. 부러 크게 한숨을 쉬고 허리에 손을 얹었다. 잠깐 말이 없었다.)
...그래. 내일 봐.
(잘 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성질을 잔뜩 돋궈놓은 걸 생각하면 잘 자기는 커녕 악몽이나 꾸라는 소리를 해야할 판이었다. 대답은 듣지 않고, 얼굴도 보지 않고 몸을 휙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
당신이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서면서, 렉시우스는 슬픈 미소와 함께 방문을 닫습니다.
완전한 단절.
해가 떠오르고, 아침이 옵니다.
둘째 날
결혼식 다음날의 동이 텄습니다.
아침부터 집안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린튼 가의 사람들이 오기로 했습니다. 두 집안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이겠죠.
페일럿 가의 일원:일이 잘 풀리면 좋을 텐데 말이죠... (수근수근)
바이홍 페일럿:잘 안 풀릴 것 같아도 잘 풀리게 만들거다. 그러니 너희들은 너희 할 일이나 잘 하고 있도록. (분주한 집안 분위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어깨가 굳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본디, 예정대로라면 오늘은 예비 신부와 함께 시간을 보냈을터인데. 마주해야하는 게 신부가 아니라 그 집안 사람들이라는 게 긴장감을 자꾸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어제 새벽에는...)
쯧.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어. 제 성질대로 인상을 팍 찌푸렸다가 풀었다.)
린튼 가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바이홍는 부엌, 휴게실, 뒷마당에 갈 수 있습니다.
바이홍 페일럿:(그새 또 긴장이라도 한 건지 목이 탔다.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며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보니 렉시우스는?)
렉시우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부엌
하인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하인들은 당신이 온줄 모르고, 속닥속닥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바이홍 페일럿:(목도 말랐는데 하인들까지 모여있으니 차라리 잘 되었다. 렉시우스는 어디서 대체 뭘 하고 있는건지. 부엌 안으로 들어가기 전, 속닥이는 이야깃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지?)
GM: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페일럿 가의 일원:린튼 가 사람들이… …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하퍼 린튼 씨가 마지막 ……였다더라.
그럼 뭐야? 그 부부만 ……거야?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긴 했다는데 전부 ……면 대가 ……는 거겠지…….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묻혀,
중간 중간 제대로 들리지 않네요.
바이홍 페일럿:...? (그저 소소한 시간 때우기라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이사이 들려오는 린튼과 하퍼에 대한 이야기에 묘한 표정이 되었다. 문가에 서서 부엌문을 가볍게 두들겼다.)
결혼식이 파토났는 데도 다들 일은 잘 하고 있군. 그건 마음에 든다만, 방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지?
페일럿 가의 일원:아, 주인님. (바이홍을 발견하고는, 곧장 고개를 숙였다.)
그게... 들은 말이지만. 하퍼 린튼이 마지막 후계자라는 소문이 있어서.
바이홍 페일럿:마지막 후계자?
페일럿 가의 일원:네, 린튼가의 마지막 후계자라는 소문이 있습죠. 단순히 하인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라...
원채 린튼가는 베일에 쌓여있기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바이홍 페일럿:그들의 폐쇄성은 우리 귀족들 사이에서도 유명하지. 너희 아랫것들도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 놀라운 건 아니다만...
무엇을 공개하지 않는다든지, 그 부부가 무엇이라든지. 전부 알려주었으면 하는데.
너희들도 잘 알다시피 나는 궁금한 게 생기면 참질 못하는 귀족이라 말이야. (눈꼬리를 접어 웃으며 말했으나 목소리는 서늘했다. 그야말로 아랫사람들을 위협하는 거나 다를 바 없는 목소리였다.)
위협
기준치:
60/30/12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페일럿 가의 일원:(바이홍의 서늘한 명령에, 떨면서 숙인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그게 말입죠.... 린튼가는, 가족 구성원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그런 거 말입니다.
공개된건 가주밖에 없고, 막 가주의 형제라던가, 자녀라던가 그런 점이 말입죠.
바이홍 페일럿:흠... (그러고보니 확실히. 자신이 알고 있는 린튼이라곤 어제 본 신부와, 그 부부와, 하티에 참석한 몇몇 집안 사람들 뿐이었다. 그저 폐쇄적인 가문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였으나 되짚어보면 좀 이상했다. 왕과 연이 있는 집안이라면 구성원을 그렇게까지 숨길 필요는 없을텐데.)
그래서, 다른 건?
페일럿 가의 일원:일가 친척이 몇몇 살아다는 소문 만 있습죠...
이번에 린튼가와 결혼.. 식을 진행하면서. 하인이랑 대화하면서 귓동냥으로 들은거라...
바이홍 페일럿:그 몇몇 살아있다는 사람들이 어제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일테고. (그러면 그 외의 린튼은 전부 죽었다는 뜻일터다. 그런 상황에서 하퍼가 죽었다면... 취소된 결혼식을 어떻게 해야할지 의논하기 위해 빨리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겠군. 그제서야 의문이 좀 풀렸다.)
(알겠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까딱였다.) 들은 건 그게 전부인가?
페일럿 가의 일원:저희가 아는건 그게 전부입니다..
바이홍 페일럿:그래. 그러면 됐다. 목이 마르니 물이나 좀 가져와.
페일럿 가의 일원:(바이홍의 말에 순순히 유리잔에 물을 담아와 내밀었다.)
여기입니다.
바이홍 페일럿:(물잔을 받아 한 번에 들이켰다. 바짝 말라있던 목이 적셔지니 그제야 날카로워져있던 정신이 좀 누그러졌다. 빈 유리잔을 하인에게 돌려주었다.)
오늘 '그' 린튼의 사람들이 저택에 다시 올테니 함부로 말 흘리고 다니지 않도록 해라.
나는 내 아랫것들 교육을 위해 굳이, 직접 매질을 하고싶지는 않거든.
(서늘한 경고를 마지막으로 부엌을 나섰다. 휴게실로 향한다.)
저런, 여린 하인은 바이홍을 보고 겁을 먹었군요.
휴게실
휴게실은 고요합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탁자와 벽난로를 살필 수 있습니다.
바이홍 페일럿:여기는 조용하군. (수다스러운 것들은 전부 부엌에 모여있었던 모양이다. 천천히 휴게실 안으로 걸어들어가, 벽난로를 들여다보았다.)
벽난로 안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응?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바이홍 페일럿:...? (벽난로 안에 집어넣는 건 장작으로 쓰는 나무밖에 없을텐데 웬 종이조각이 있지? 종이조각을 꺼낼 수는 없나. 주변에 부지깽이 같은 도구는 없는지 둘러보았다.)
다행히, 종잇조각은 바깥쪽에 튀어나와 있어서
손으로 집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바이홍 페일럿:누군지는 몰라도 뒤처리가 허술하네. 덕분에 나야 편하지만. (종잇조각을 손으로 집어 꺼냅니다.)
아이호트의 거래
숙주에 관하여
종이 조각을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이런 게 원래 있었던가요?
GM:바이홍 페일럿, 이성 체크.
바이홍 페일럿:아이호트? ...숙주? (이건 무슨 소리지? 기묘한 글자는 또 뭐고.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망할... (기분이 더 나빠진 거에 이어 머리가 띵하니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종잇조각을 들고 있지 않은 쪽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뒷면을 살펴보았다. 내가 읽을 수 있는 글자는 더 없나? 아이호트와 숙주는 대체 무슨 소리지?)
종이를 살펴보면
몇 가지 띄엄띄엄 적힌 단어만 겨우 읽습니다.
…전염을 통한… 지배…….
…그리고 그 아래에 그려진 소름끼치는 거미 그림…….
바이홍 페일럿:전염? 지배? 게다가 이 망할 거미는 여기에 또 있잖아. (거미가 대체 무엇이기에 사람 신경을 이렇게 갉아먹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는 게 없으니 답답했다. 지금껏 느껴왔던 지식에 대한 갈망이 다른 의미로 목을 졸라왔다. 이 종이는 누가, 왜 태우려고 한 것일까. 뭘 알고 있는 거지? 신경질이 났다.)
(벽난로 안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았다. 이런 종잇조각은 더 안 보이나?)
벽난로 안에는 잿더미와 나무조각만 있을 뿐입니다.
바이홍 페일럿:하... (짜증나. 정말로. 종잇조각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테이블로 향했다.)
벽난로를 보고 지나칠 때 카펫 아래에서 삐죽 튀어나온 종이를 발견합니다.
어디 책에서 뜯어온 듯한 종이 한 장입니다.
바이홍 페일럿:이 종이는 또 뭐야. (카펫에서 종이를 빼내어 확인했다. 뭔가 적혀있나?)
꺼내 내용을 살피면 암호처럼 무어라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부 지역입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최종적으로 이곳에 머무름.
가장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GM:암호해독을 위해서, 교육판정이 가능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지도도 아닌데 무슨 지역명이 이렇게 많이 쓰여있는 거지. 게다가 전부 이동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부분을 단번에 알아볼 수가 없자 다시 한 번 짜증이 확 올라왔다. 겨우겨우 화를 억누르며 천천히 머리를 굴렸다. 자신이라면, 이런 암호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교육
기준치:
85/42/17
굴림:
4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과거 배운 암호인데....
해독하자면 사람의 이름이군요.
낯선 퍼스트 네임과
익숙한 라스트네임.
린튼.
GM:지능판정이 가능합니다.
바이홍 페일럿:(가는 곳마다 린튼. 린튼. 린튼, 린튼, 이젠 구역질마저 났다. 대체 뭐지? 대체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익숙한 글씨체는....
그래요, 어릴 때 부터 수도 없이 보아왔던.
렉시우스의 글씨체 입니다.
바이홍 페일럿:............................
...너는, (대체 무엇을 알고 있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데? 왜 이동의 종착점이 린튼의 누군가인 거지? 곧 있으면 그들이 올텐데 머릿속이 엉망으로 뒤엉켜 어쩔 줄을 몰랐다.)
(자신의 기록을 없애려던 게 명백한 흔적에 끝도 없이 비참해졌다. 나중에 알려주겠다던 그 말이 진심이긴 했는지. 무지가 목을 졸랐다. 손에 쥐여진 종이가 엉망으로 구겨졌다. 멍하니 탁자로 눈을 돌렸다.)
탁자를 보면 손님 수에 맞게 놓인 찻잔이 있습니다.
손님용은 두 개.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바이홍 페일럿:...이미 온 건가? (하지만 그들이 왔다면 자신이 소식을 들었을텐데. 아니면 이 찻잔은 왜 이미 나와있는 거지? 누가 왔지? 신문을 천천히 들어올려 살폈다. 오늘 1면도 우리 페일럿이 장식했을까.)
1면에 하퍼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신문의 기사를 읽어보면, 경찰관과의 대화가 기술되어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렉시우스.
머릿 속을 스치는 이름입니다.
바이홍 페일럿:범행이 일어났을 때에 상점에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네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고 하는 거지? 손과 함께 생각도 멈췄다. 금세 평소처럼 작동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납득할 수 없었다. 유력한 용의자로 꼽히는 이유도 적혀있나?)
인터뷰와 함께 기자의 사견만 적혀있을 뿐.
정확한 내용은 적혀있지 않습니다.
바이홍 페일럿:...대단해. 정말 대단해, 렉시우스 헤르메스.
사용인 주제에 그 주인을 이렇게까지 황당하게 만드는 녀석은 너밖에 없을 거다. (이 휴게실에는 자신만 서 있었다. 다른 누군가는 고사하고 이 말을 들어야할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뱉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크게 터트려버릴 것 같았다. 아, 정말로, 숨이 막힌다.)
(신문을 던지듯 내려놓고 휴게실을 나왔다. 맑은 공기라도 쐬면 조금은 나을까. 뒷마당으로 향했다.)
뒷마당
뒷마당에는 마당 정원을 가꾸는 렉시우스가 있습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아, 일어났구나. (잠잠한 낯으로 다듬던 꽃을 잠시 내려두고는 널 바라보았다.)
바이홍 페일럿:... ... (아침부터 보이지를 않기에 이번에도 어딘가 멀리 나가버린 줄 알았더니. 멀쩡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얼굴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생각이 멈췄다.)
(대체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하지? 어젯밤에 내가 본 것? 휴게실에 있었던, 익숙한 필체로 써져있던 그 종잇조각들? 입이 열리기도 전에 발이 움직였다. 당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서는 멱살을 틀어잡았다.)
너, 나한테 뭔가 말해줄 생각이 있긴 해?
렉시우스 헤르메스:(잠시 널 바라보다니, 멱살이 잡히자 당황한 낯을 띄었다.) 아침부터,
나의 주인인 만큼. 알게 된텐데. (틀어잡힌 멱살과 너를 잠시 번갈아서 바라보더니, 분명 멱살이 잡힘에도 불구하고 잔잔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곧 말해줄거야.
바이홍 페일럿:곧? 그게 언제인데. 오늘? 내일? 모레? 아니면 네가 범인으로 잡혀들어가고 난 뒤?
네가 뭔가 썼던 종이가 휴게실 곳곳에서 튀어나온 걸 보니 그걸 태우려 왔던 건 확실해 보이던데, 그러면 신문도 봤지? 안 봤을리가. 귀족인 내가 사용인인 너에게 잘 대해주니 린튼이라는 이름이 우습게 느껴지기라도 해?
그들은 페일럿보다 훨씬 위에 있는 작자들이야. 괜히 왕과 연결되어있다는 소리를 듣는게 아니라고. 사교계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아도 그 권력을 인정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조금만 머리 굴려도 알 수 있지 않아?
그런 가문의 가주가 될 자를, 결혼을 앞둔 신부를 죽인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본인이라는 걸 신문이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들려왔을 텐데. 네 눈치로 알아채지 못했을리가 없는데!
뭐가 그렇게 침착해? 두렵지도 않아? 화도 안 나? 억울하지도 않냐고. 그러면서 숨기고 있는 건 말도 안 하려 하고!!!
(당신의 대답에 응하든 목소리는 크고 거칠었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나 목덜미에 얼굴까지 불그스름해졌다. 멱살을 틀어 쥔 손이 조금씩 떨렸다. 어느새 가빠진 숨을 고르지도 못했다.) ... ...대단해. 대단해, 렉시우스 헤르메스.
바이홍 페일럿:정말 대단하다고. 너무 대단해서 화밖에 나질 않아. (설령 당신이 정말 범인이라면, 페일럿이 무너지는 것도 쉬울터다. 페일럿의 가주가 린튼을 전부 집어 삼키기 위해 제 시종을 시켜 신부를 죽였다는 소문이 나도는 건 한순간일 터였다. 그러면 가문이 폭삭 망하는 것도 과대망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그보다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건 따로 있어서. 그 사실이 더욱 끔찍했다. 밀쳐내듯 멱살을 틀어쥐었던 손을 떼냈다.)
내가 뭐라고 더 지껄이든, 매질을 하든 계속 그딴 표정이나 짓고 있겠지. 나도 나지만 너도 너니까. (제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몸을 돌려 당신을 등지고 걸어갔다. 차라리 얼굴이라도 안 보고 있는 게 나을성 싶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잠시, 쏟아내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천천히 머리 속에서 되뇌었다. 자신이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였고,네가 화를 내는 것은 정당했다. 이러한 상황이 너를 좋지 못한 상황에 몰리게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였기에. 그래도, 그래도.... )
내 곁에 있겠다고 했잖아. (다급히 등지고 걸어가는 널 붙잡았다. 이대로,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기에. 적어도 나는 널 붙잡고 있어야만했고, 네가 필요했기 때문에.)
가지마.. (등지고 있는 네 몸을 차마 돌리지는 못하고, 간신히 붙잡은 채로 중얼거렸다. 목소리 끝마다 물기가 어렸고. 잡고있는 손이 살짝 떨려왔다.)
얼마, 얼마 남지 않았어. (작게 중얼거리는, 들릴듯 말듯한 말을 내뱉었다. 차마 너를 붙잡기에는 너를 안좋은 상황에 몰아넣었고, 화를 내는 것은 정당했으나, 그것을 받아들이고 널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 항상 곁에 있기로 했으면, 너야말로 어떤 상황이던 옆에 있어줘야하지 않겠는가. 결혼식장의 옆에 서지는 못하더라도, 그 자리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잃어버릴 수 없는 자리였다.)
바이홍 페일럿:(붙잡힘과 동시에 걸음이 멈췄다. 뿌리치지는 못하더라도 무시하고 계속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못했다는 쪽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래, 네 곁에 있겠다고 했지.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렇게 하면, 지금 당장 무슨 일인지 말해줄 거야? 아니잖아. (그리고 결국 그 침묵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목을 죄여올 것이다. 뻔했다. 휴게실에서의 그 짧은 시간동안, 자신의 무력함을 확인했던 그 찰나에마저 나는 절망하고 말았는데. 결혼식을 올리기 전날과 엉망이 된 결혼식을 지나 결국 영영 파묻어 두려던 하나마저 그리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게 지긋지긋할 만큼이나 싫었는데.)
(그게 물기어린 당신의 말 한 마디에 색소를 탄 물처럼 탁하게 물러져버리고 만다. 충분히 자신을 돌려세울 힘이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그 한 마디에 걸음도 옮기지를 못한다. 건방지게 사용인이 귀족에게 기어오른다고 매질도 하지 못하게 한다. 너는 기어코 나를 약하게 만들었고 나는 그게 싫었다.)
... ...얼마 남지 않았다니. 뭐가. (기가 막혔다. 네가 뭐라고. 내게 대체 무엇이라도 된다고. 나에게 페일럿이라는 이름보다 무거운 것이 존재할리가 없는데.그래서는 안 되는데. 난 결국 너를 질책하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시 몸을 돌려 당신을 보지 않은 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긁어모은 제 자존심 하나 때문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널 붙잡은 채로, 한걸음 더 다가갔다. 아직, 아직 말해 줄 수 없었다. 그 일이 아직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때까지 내가 너에게 숨겨온 것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었는데. 이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잦아든 말소리에 짧게 말을 이었다.)
당장은, 당장은 안되지만. 정말.... 그래, 정말 머지 않았어. 네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어떤 것을 궁금해 하는지 내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뒤에서 널 약하게 끌어안았다. 네 옆에 없어서, 널 불안하게 만들고, 들리는 소문은 그닥 좋은 편이 아니니, 사용인으로써 적합하지 못했다. 언제나.. 언제나, 네게 믿음을 주었어야했는데. 그래도...)
네게 말해줄 수 있는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야. 조금만, 기다려줘. (목소리가 젖어왔다. 항상 너를 위해 일해왔고, 네 옆자리를 갈망하던 사람이 네게 어찌 해로운 일을 할 수 있을까. 과정은 이따위일지라도 결국은... 저를 돌아보지 않는 이를 간신히 뒤에서 붙잡은 채, 침묵할 뿐이였다.)
바이홍 페일럿:(코 끝이 아렸다. 린튼이 온다면 부디 지금만큼은 아니길 바랐다. 자신의 꼴이 심각한 상태일 것은 뻔했으니까. 아니, 솔직히, 그건 변명이고, 자신을 끌어안은 익숙한 온기가 저를 약하게 만들고 말아서. 그 무엇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나를 무너트려서. 보기 싫을 정도로 약해진 자신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눈물은 안 나서 다행이지. 부러 실없는 생각을 했다. 당신에게 신경이 쏠릴수록 가슴께가 조여왔다.)
...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참을 수 있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중얼거리듯 덧붙였다.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용인이었다면 다른 이의 손을 빌리든 자신의 손을 쓰든, 어떤 수를 써서라도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순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이, 당신이었기 때문에.)
꼴사납게 울지도 말고. 지금 잘못한 게 누군데? (괜히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정말 울고 싶은 사람은 나였다. 모든 상황이 내 눈가를 자극했다. 코에 이어 눈가까지 따끔거렸다. 결혼식이 망쳐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망쳐져서는 안 되었다고 탄식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한참동안, 널 끌어안은 채 가만히 있다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린튼가가 방문할 시간이였다. 마지막으로 널 강하게 끌어안고는, 천천히. 이 순간이 아까운 손길로 손을 풀었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애정이 서렸고, 손 끝 하나하나도 잘게 떨려왔다. 애써 흐를 뻔한 물기를 소매로 닦아내고, 한걸음 앞으로 가서, 네 옆에서 널 바라보았다.)
안, 울어. 내가, 네게 완벽한 믿음을 주지 못했으니까. (천천히 말을 이으며, 옅게 웃어보였다. 적어도 네게는 웃는 얼굴만 보여주고 싶었다. 앞으로도.)
이제 린튼가의 사람이 올 시간이야. 이제 준비를 해야지. (사용인으로써의 할일을 하겠다는 듯, 약하게 손을 올려, 살짝 구겨진 네 옷자락을 펴고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바이홍 페일럿:알긴 아는구나? (시선이 마주친 순간 애정이 흘러들어오고, 애써 눈을 돌렸다. 평생 묻어두고 가려 했던 두 가지 모두가 제 안에서 적나라하게 까발려진 이상 거기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로 인해 당장 닥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너 때문에 새로이 느끼는 게 많았다. 여러가지 의미로.)
울려면 나한테 지금보다 더 큰 믿음이나 준 다음에 울어. 적어도 지금은, (겉옷에 넣어두었던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화를 내느라 머리가 어질어질했던 탓인지 벌써 이렇게까지 시간이 흐른 줄 몰랐다. 격해진 감정 탓에 흐트러졌던 표정을 갈무리했다. 부디 눈가가 붉지 않기를 바랐다. 누구에게든 변명하기 곤란할테니까.)
렉시우스 헤르메스:모를 수가 없지. (천천히, 너보다 앞에 나아가 정원에서 저택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널 바라보았다.)
난 저기, 에리카를 마저 정리하고 갈테니까. 곧 갈게. (널 바라본 채로, 짧게 웃었다. 서로 감정이 격해졌던 탓인지, 붉게 달아오른 괜스레 소매로 닦았다. 이제 오전을 벗어나 해가 중천에 오를 시간이였다.)
바이홍 페일럿:곧 온다는 말이 이렇게 믿기지 않는 건 또 처음이네. (에리카? 꽃을 말하는 건가. 자신이 오기 전까지 가꾸고 있던 꽃들을 힐끔 쳐다보았다.)
렉시우스 헤르메스:(짧게 다듬고 있던 꽃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다듬고 있던 꽃이야. 이름은 에리카, 히스라고도 부르지.
꽃말은 고독이라고 하더라고. (잠시 꽃에 시선이 머물다가, 다시 널 바라보았다.)
바이홍 페일럿:그런 어두운 꽃말을 가진 꽃보다는 좀 더 예쁜 꽃말을 가진 꽃이 낫지 않나? (고독이라니, 이런 상황에 재수없게. 속으로만 혀를 차고 천천히 저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빨리 와.
렉시우스 헤르메스:(바이홍이 옆에서 걸어나가고, 천천히 문을 닫았다. 닫히는 문 사이로 짧게 말을 흘렸다.)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내가, 안보이면 그걸 들고 날 만나러 와.
바이홍 페일럿:뭐라고?
쾅-
바이홍이 뒤돌아보면, 이미 문이 닫히고 렉시우스는 정원의 너머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문이 닫히고 난 후, 저택이 소란스러워 집니다.
저런, 린튼가의 사람이 도착했나보군요.
바이홍 페일럿:... ... (어제 침대 밑을 보았을 때는 권총 같은 건 보지 못했다. 아니, 그것보다, 왜 '여분'의 권총을 가지고 있는 건데? 네가? 이해가 되질 않았으나 서서히 소란스러움이 느껴지자 고개를 다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페일럿 가의 일원:응접실로 안내할테니, 방에 가셔서 마지막 준비를 마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허겁지겁 달려와, 바이홍에게 린튼이 방문한 사실을 일렀다.)
바이홍 페일럿:그래. 금방 준비하고 가마. (...이 의문 또한 곧 알게 될 것 중 하나일까. 입 안으로 한숨을 삼키고 저택의 방으로 돌아갔다. 적어도 지금은, 자신은 페일럿의 가주여야만 했다.)
방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탕-
총소리가 울렸습니다.
명백한 총소리입니다. 현관쪽에서 들리는 소리군요.
바이홍 페일럿:?! 방금, (총소리? 순식간에 신경이 곤두섰다. 어제에 이어서 또? 대체 누가? 급하게 현관쪽을 향해 달려갔다.)
현관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피가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렉시우스가 서 있습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렉시우스를 응시합니다.
바이홍 페일럿:...렉, 시우스...?
렉시우스의 손을 보면,
그래요. 리볼버. 리볼버가 쥐여져 있고, 그리고…….
바닥에는 린튼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GM:살해현장을 본 바이홍 페일럿, 이성판정.
바이홍 페일럿:렉시우스...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가 튄 얼굴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어쩐지 이 상황이 익숙한 얼굴.
웃는 낯에는 슬픔이 번져 있습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바이홍,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아무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입모양을 중얼거렸다.)
바이홍 페일럿:너, 이게, 대체, 무슨 짓을...
페일럿 가의 일원 살인자, 살인자야!
바이홍 페일럿:(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겨우겨우 정리되었던 머릿속이 엉망진창으로 뒤집힌다. 네가 왜? 네가 왜, 그들을, 왜?)
사용인들이 뛰쳐나가 렉시우스를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분주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렉시우스는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릎이 꿇렸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는 그 눈은 여전히 간절하던가요.
추락한 꽃다발이 무참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짓밟힙니다.
망가지고 뭉개진 꽃이 지금의 렉시우스 같습니다.
마침내 고개를 떨군 렉시우스의 어깨 너머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렉시우스를 구속하고 끌고 나가는 과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여집니다…….
...
바이홍 페일럿:(사용인들이 그에게 달려들고, 경찰을 찾는 목소리와 고함이 마치 극장의 무언가처럼 느리게만 느껴졌다. 대체 저 꽃은 왜 들고 온 거지. 어차피 다 짓밟힐텐데. 대체 왜 그들을 쏜 거지. 너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일이 전혀 아님을 똑똑한 너는 알고 있을텐데. 대체 왜. 대체 왜...)
그 가운데 문득 마주친 렉시우스가 입을 벙긋댑니다.
권총.
마침내 연행되는 렉시우스가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은 여전히 당신을 강타한 채 여파를 남겼습니다.
살인마. 렉시우스가 살인마라니.
이제 어떻게 할까요?
바이홍 페일럿:... ...아... (탄식이 결국 새어나왔다. 양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손은 간신히 벽을 짚긴 했지만 그저 힘없이 덜덜 떨리고만 있었다. 시야가 확장되었으나 보이는 것은 저택의 바닥에 비치는 볼품없는 제 모습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요란스러운 소리들이 왕왕 몰려들었지만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가 살인마다. 린튼 부부를 죽였고 어쩌면 하퍼 린튼까지 죽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대체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지? 알려주겠다면서. 결국 너는 내가 말했던 것처럼 경찰에게 잡혀간 후에야 알려줄 생각이었나? 투명한 유리를 사이에 두고? 귀족을 살해한 죄로 목에 두꺼운 밧줄이 걸리기 전에?)
아아...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지? 십 년을 넘게 귀애하고 기꺼이 옆에 두었던 걸 이런 식으로 돌려주다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거지? 자기 자신과 페일럿을 단박에 무너트릴 수도 있는 짓을 벌일 정도로 사실은 이 곳이 싫었나? 생각이 난잡하게 튀었다. 두서가 없었다. 이성적인 판단이 되질 않았다. 벽에 기대듯 늘어져있던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차라리 미쳐버리면 편할텐데. 그러면 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똑똑한 머리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신줄을 놓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니 생각해야했다.)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대체 왜 너는 닫혀가는 문 틈으로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거지? 네가 보이지 않으면 이라는 말이 지금을 뜻하는 거였을까?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거지. 나 또한 너처럼 손에 피를 묻히고 너를 도망치게 만들어줬으면 한 건가? 지나친 비약일지도 몰랐으나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 힘이 빠져 늘어졌던 다리를 강제로 일으켰다. 다시 벽을 짚은 손이 좀 전보다 크게 부들부들 떨렸다. 주변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고용인들이 숨을 들이키며 주춤주춤 물러나는게 느껴졌다. 묻지 않아도 뻔했다. 제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나는게 거울을 보지 않아도 느껴졌으니까.)
...그래, 네가 원하는 게 뭔진 몰라도.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게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발을 크게 움직였다. 속도를 높여 복도를 가로지르고, 계단을 두어개씩 뛰어오르며 렉시우스의 방으로 향했다. 겨우 이거 뛰었다고 숨이 가빴다.)
렉시우스의 방.
새벽보다는 조금 정리되어 있는 방입니다.
들어서자마자 침대가 보이네요.
바이홍 페일럿:(다른 곳을 둘러볼 필요도 없었다. 침대로 다가가, 그 앞에 양 무릎을 꿇듯 앉아 그 밑을 뒤졌다.)
침대 밑을 살피면
렉시우스의 말대로 여분의 권총과 상자가 보입니다.
바이홍 페일럿:(여분의 권총을 뒷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빌어먹을 렉시우스 헤르메스. 빌어먹을 린튼.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조차 없는 망할 바이홍 페일럿. 감정이 격해 행동이 커진 탓에 팔꿈치에 맞은 상자가 툭 밀려난 걸 느꼈다. 가라앉은 눈으로 잠시 멈춰있다가, 상자를 끌어와 열었다.) 이건 또 뭐야.
상자를 꺼내, 열려고 시도하면.
다이얼 형태의 자물쇠가 걸려있습니다.
단 한글자.
뭐라고 입력하면 될까요.
바이홍 페일럿:(숫자? 단 하나의 숫자? 비밀번호로 쓸 법한 숫자가 대체 뭐가 있지? 거슬러 올라가던 기억은 새벽에 보았던 수첩에서 걸려 넘어졌다. 거미 그림과 거래자. 그리고 6. 다이얼을 돌려 6을 입력했다.)
6을 돌리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에 돌돌 말린 양피지가 놓여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GM:핸드아웃, 시간을 돌리는 주문이 공개됩니다.
기이한 문장을 본 바이홍 페일럿, 이성체크.
바이홍 페일럿:... ...이게 뭐야? (술자? 시간이 돌아가? 현실적이지 않은 문장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문장 하나는 벼락같이 눈에 내리꽂혔다. 이 과정에서 얻은 상처 또한 그대로 육체에 보존된다.)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순간 눈 앞이 핑 돌았으나 머리는 더욱 맹렬하게 돌아갔다. 여기서 말하는 술자가 렉시우스인가? 그가 시간을 돌렸나? 어째서? 왜? 그럴 필요가 있나? 무엇 때문에? 시간을 돌려 무엇을 했기에 팔에, 목에, 그토록 많은 흉터를 가지게 된 거지? 렉시우스. 렉시우스. 대체,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데?)
렉스... ... (긴 침묵 끝에 나온 말은 마치 울먹거리는 것 같은 한 마디밖에 없었다. 그 외에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권총을 가지고 오라 한 이유가 설마,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지. 본인에게 듣기 전까지 이건 전부 지레짐작일 뿐이었다. 전부 본인에게 들어야한다. 그래야만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정말로 미쳐버릴지도 몰랐다.)
(양피지를 겉옷 주머니에 쑤셔넣고 렉시우스의 방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현관으로 뛰어내려가고, 바깥으로 향한다. 경찰들은 이미 서로 돌아갔나?)
경찰들은 서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렉시우스는 경찰서의 유치장에 구금되어 있습니다.
바이홍 페일럿:(탈 것을 수배해 경찰서로 향합니다. 솔직히 자신의 체력으로 거기까지 뛰어갈 자신도 없고, 지금 상태라면 길도 제대로 못 찾을 것 같았으니까.)
유치장
바이홍가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면회를 허락합니다.
철창살 너머에 앉아있는 렉시우스는 그저 웃고 있습니다.
왜 웃는 걸까요.
웃을 상황이던가요, 이게.
렉시우스 헤르메스:총은 가져왔어? (꽉막힌 유리창 너머로, 조용히 말을 이었다.)
바이홍 페일럿:물을 게 그것뿐이야?
렉시우스 헤르메스:그럼, 방아쇠를 당겨줄 수 있을까. (널 바라본 채로, 조용히 눈을 마주쳤다.)
이제, 네 물음에 답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살짝,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바이홍 페일럿:내가 왜 그래야하는데.
내 물음에 답해줄 수 있다면 그것부터 이야기 해. 그 전에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거니까. (표정도 목소리도 딱딱하게 굳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지금 자신의 표정은 한겨울의 눈폭풍과 비슷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온통 새하얀 편이니 딱 맞는 단어 아닌가? 헛웃음을 흘렸다.)
렉시우스 헤르메스:네가 어디까지 아는지 모르니, 궁금한게 있다면 내가 아는 만큼 대답해줄게. (네 표정을 어느정도 예상하지 않았는가. 그토록 옆에 있어달라고 말했지만. 이렇게 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였다. 천천히 눈을 꿈뻑이다 고개를 들어 널 바라보았다. 웃는 낯이였으나, 슬픔이 감돌았다.)
바이홍 페일럿:네 그 빌어먹을 것의 옆에 있던 상자. 그 안에 있던 양피지.
뭔지 모를 거미 그림. 숙주.
...너, 시간을 돌렸어?
(앞의 것들은 순서고 뭐고 고려하지 않고 툭툭 던졌다. 어차피 당신이라면 자신이 뭘 말하는지 알고 있을테니, 굳이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해서 말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아니, 필요를 느꼈더라도 굳이 예쁘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렉시우스 헤르메스:(시간을 돌렸다는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자를 봤구나. 권총과 같이 있었던 탓에, 발견할 수도 있겠다고 짧게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시간을 몇번이나 돌려서, 사람들을 죽였지. (고개를 끄덕이다가, 결국은 고개를 숙였다. 말하는 목소리는, 한치의 떨림도 없었고 덤덤한 목소리였다.)
렉시우스 헤르메스:너를 위해서. 너에게 해가 될 자들이니까. 그 이유 뿐이야. (당연하지 않아? 작게 덧붙였다. 말을 이으며, 고개를 들었다. 표정에는 복잡한듯, 애써 덤덤한 낯을 띄고 있었지만 여러 감정이 섞인듯 요동치고 있었다.)
바이홍 페일럿:내 아내가 될 예정이었던 여자도, 그의 부모님도, ...린튼은 그저 내게 해가 될 자들이어서 그랬다고? (대체 그들의 어떤 부분이? 린튼의 무엇이 나에게 해를 미친단 말인가. 그 거대한 가문의 힘을 빌리면 페일럿은 더욱 부흥하고 자신의 입지 또한 넓어질텐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대체 어떤 부분이 나에게 해가 되는데? (그래서 물었다. 소리를 치고 욕을 하는 대신에 질문을 했다. 지금이라면 내가 궁금한 것들에 대해 전부 말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한편으로, 확신했다. 린튼의 사람이 몇 안되는 이유는 네가 그들을 죽이고 죽여서였구나.)
렉시우스 헤르메스:결혼을 하고 난 후, 네가 멀쩡할 수 있을 거 같아? (잔잔하게 되물었다. 제가 아는 한, 그 결혼은 너에게.....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고는, 권총이 있을 곳으로 시선이 이어졌다.)
린튼이 부유하고, 왕족과 연이 이어져 있는게 과연... (다시 시선이 너와 마주쳤다. 널 바라보며, 눈꼬리를 접으며 짧게 웃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항상 너에게 말하던, 어찌보면 늘 다정하고 애정이 묻어나왔던 그 목소리.)
나를 죽여줘.
부탁해.
바이홍 페일럿:모든 귀족은 한두군데 구린 데가 있는 법이야. 그 규모가 크면 클 수록 그렇지. (그것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결혼을 하려들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의 위험을, 어둠에 발을 들이게 될 것임을 예견하고 있었다. 그 정도의 각오는 있었다. 하지만 멀쩡할 수 있을 것 같냐니. 이건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중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해주지도 않고 그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게 마음에 차지 않았다. 이게 마지막이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죽여달라고 하는 저 모습도.)
싫어.
이게 마지막이라면 정확히 뭘 할 건지 정도는 알려줘야지. 네가 린튼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도 전부.
아, 시간이 돌아가면 나도 어차피 과거로 돌아갈 거라 기억을 못할테니 알려줘봤자 의미가 없다. 뭐 이런건가?
그러면 더 짜증이 나서라도 부탁은 못 들어주겠는데.
렉시우스 헤르메스:싫...어? (단숨에 절박한 목소리로 변했다. 아직 다, 죽이지는 못했는데. 여기서 마무리 될 수는 없는데. 속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어차피 돌아간다고 해도,
넌.... 기억하고 있을거야. 이미 주문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주문의 존재를 기억하는 이는, 회귀하더라도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니까. 린튼은... 린튼은...)
전부 다 없애서, 이제 내가 안심할 수 있을 때 쯤에야. 아직 사람이 남아 있잖아.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숫자를 세었다. 남아있는 사람의 수, 얼마나 더 있어야지 린튼이 몰살할 수 있는가.)
바이홍 페일럿:그래. 싫어. 못 들었어? 그러면 다시 말해줄게. 싫어. (절박한 목소리를 듣자 오히려 그 뜻은 견고해졌다. 팔짱을 낀 채 서늘한 눈으로, 무표정으로 유리 너머에 있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들어올 때 경찰들에게 제 지갑을 통째로 넘겨주고 왔으니 면회가 얼마나 길어지든 신경쓸 사람은 없을 터다.)
내가 주문의 존재를 알기 때문에 시간이 되감긴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있게 된다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린튼의 후계자와 그 부모는 죽었어. 얼마 남지 않은 린튼 중에서는 나와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을 법한 사람은 없지. 네가 어젯밤에 그렇다고 알려줬잖아.
그렇다는 건? 잘 생각해봐.
나는 너한테 협력할 수도 있어. 너는 허튼 짓을 하지 않는 아이라는 걸 내가 알거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네 정확한 목적과 이유를 안 뒤에나 고를 수 있는 선택지지.
전부 솔직하게 토해내. 숨기지 말라고. 알려준다는 말로 얼버무리면서 정작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알려주는 건 하나 없는 주제에, 뻔뻔하게 죽여달라고 부탁해?
바이홍 페일럿:네가, 감히, 나한테.
...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딴 소리를 해?
렉시우스 헤르메스:이성적으로 생각해. 그 거대한 린튼을 살해한 내가, 사형을 면할 수 있을 거 같아?
(그 말을 잇는, 얼굴은 담담하기 그지 없었다. 담담했나? 애써 표정을 유지할려는 것은 확실해보였다. 한번, 한번,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서 네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돌아간다면, 마지막 남은 린튼을 죽일 수 있을 거니까.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애써 유지하던 표정이 절박함으로 물들었고 노란 눈에는 오직 네 얼굴만이 담겼다.)
너이기 때문에.
네 손에 죽는게.
렉시우스 헤르메스:이번의 끝으로 보는 얼굴이 너였으면 좋겠어서
바이홍 페일럿:누가 지금 도와준대? 현행범으로 잡힌 이상 너는 사형 확정이야. 페일럿의 이름으로도 못 살려. 돈을 잔뜩 쥐여주고 면회를 방해받지 않는 게 최선이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에 코웃음을 쳤다. 지금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건, 표정만 보면, 당신이지 않은가?)
돌아간다면 나도 기억을 가지고 있을거라며. 그때 도와주겠다는 소린데? 혼자서 죽이는 것보다 도움을 받아서 죽이는 게 꼬리를 밟힐 위험이 적겠지. 여차하면 너 말고 다른 놈을 미끼로 내걸어도 될테고. (잔혹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였다. 하지만 진심이었다. 저와 다른 아랫것들을 비교하라고 했을 때 자신이 선택할 것은 뻔하지 않은가.)
그래도, 솔직히, 아무리 생각해도 내 손으로 널 죽이는건건 유쾌하질 않아서 다른 놈들이 사형시켜 줄 때까지 내버려 둘 생각이었는데... (너는 진짜 비겁한 새끼였다. 저런 표정으로, 저런 말을 하면.)
... ...그러니까 계속 말하잖아. 그걸 원한다면 제대로 말하라고.
린튼을 그렇게 해서까지 죽여야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들의 무엇이 나를 위협하냐고.
렉시우스 헤르메스:너를 위해서,
널 살리기 위해서라고.
그거 말고 이유가 더 필요해?
네가 그곳으로 들어가면, 멀쩡하지 못할걸 내가 뻔히 아는데.
(한순간 감정이 격해졌다가, 너를 마주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커진 목소리를 진정시킬려는 듯, 거친 숨소리만 들릴 뿐이였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고, 고개를 번뜩 들고는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렉시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철장에 가까워지고.
그의 손에는 단도가 쥐어져 있습니다.
맙소사, 대체 어디서 난걸까요.
아무도 대처할 새 없이 당신의 멱살을 붙잡습니다.
경찰:이게 무슨 일입니까! (렉시우스의 손에 든 단도를 보고는 기겁하며 다급히 철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렉시우스를 제압하려는 경찰,
단도를 들고 제압하려는 경찰에게 휘두르는 렉시우스.
" 푹-
소리와 함께, 단도가 경찰의 몸에 찔리고.
탕-
경찰이 칼에 맞은걸 발견한 다른 이가, 렉시우스를 향해 총을 쏩니다.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이 상황.
그리고 총에 맞아 쓰러지는 렉시우스까지.
당신을 보고,
희미하게 웃는 얼굴이.
...
시계 초침이 귓가에 들리며, 시야가 암전됩니다.
돌아온 시간
정신을 차리면,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바이홍 페일럿:... ...헉, (크게 숨을 들이켰다. 순간 속이 울렁거려 입을 틀어막고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방금,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평소라면 잠에서 깨 정신을 차릴 때까지 한참이나 걸렸을 텐데 이토록 명료할 수가 없었다. 속이 미슥거렸다.)
(멱살이 잡히고, 단도가 서늘하게 빛나고, 피와 비명이 난무하는 내내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꼴에 귀족이라고 이런 사태에 대처할 방법이라곤 전혀 알지를 못했다. 어른들에게 박대받던 후계자여도 일단은 도련님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던 이유에는, 상대가, 당신이라는 것도 포함되었다. 설마 그런 짓을 하리라고는. 설마, 그렇게까지,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죽으려 할 거라는 생각은... ...)
(다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헛구역질이 몇 번이나 터져나왔으나 먹은 게 없어 나오는 건 없었다. 입가가 끈적거리고 입 안이 썼다. 다급하게 시간을 확인한다. 오늘 날짜는? 지금은 언제지?)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결혼식에서 한 달 전.
정말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정말로 다시 과거에 돌아온 것입니다.
바이홍 페일럿:...그게 전부 꿈이 아니었다 이거지. (정말로 시간이 돌아왔다. 렉시우스가 말한 대로, 모든 기억을 지닌 채로. 이전에는 몇 번이고 기억이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냈을 시간이겠지. 멍하니 달력을 보다 침대에서 벗어났다. 시종들을 찾았다. 렉시우스는? 어디에 있지?)
페일럿 가의 일원:렉시우스라면..... 오늘 본적은 없는데, 늦잠이라도 잔게 아닐까요? (급작스럽게 나온 바이홍에 잠깐 움찔거리더니, 이내 렉시우스의 방을 가리켰다.)
바이홍 페일럿:(시종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렉시우스의 방으로 향했다. 왠지 방에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렉시우스의 방
렉시우스의 방으로 뛰어가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정하게 깔린 이불과 텅 빈 방 안.
모든 짐이 빠져나간 장소.
렉시우스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GM: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렉시우스? (방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도 이렇게까지 방이 텅 비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페일럿 저택에는 렉시우스 헤르메스라는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텅 비어있는 방에 머릿속도 함께 텅 비었다. 하지만 곧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딴 짓을 벌여서까지 시간을 돌려놓고 내 얼굴 보기는 부끄러웠다는 소리겠지. 분명 흔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사람이란 없었다.)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어쩜 이렇게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가 있지. 방 곳곳을 훑어볼 때마다 시선에 절망이 어렸다. 찾지 말라는 뜻으로 이렇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건가? 하지만 렉시우스, 전부 나를 위해서라면서.)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책상아래 서랍하나가 아주 조금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바이홍 페일럿:(서랍을 열어 안에 뭔가 있는지 확인했다. 제발, 제발...)
서랍 내부를 보면 거미의 얼굴이 그려진 공책이 있습니다.
바이홍 페일럿:이 빌어먹을, 거미....!! (짓씹듯 내뱉으며 공책을 펼쳤다. 무슨 내용이지?)
[아이호트의 일족이 지배한 숙주 명단]
[숙주의 근원지인 린튼 가문원 명단 ]
GM:바이홍 페일럿, 지능 판정을 요구합니다.
바이홍 페일럿:(아이호트와 숙주라는 단어는 이 전에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숙주의 근원지가, 린튼 가문이라고? 눈동자가 떨렸다.)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4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명단의 이름들은 신문의 실종, 사망자들의 이름, 렉시우스가 죽인 이들의 이름과 일치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 ... (입을 벌렸으나 나오는 말은 없었다. 한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이호트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숙주라는 단어가 그리 좋은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네가 그들을 죽였나. 이 아이호트의 일족이라는 것은 숙주를 거느리고 있고, 그 숙주가 린튼 가문원이라면, 자신이 그들과 결혼했을 때 숙주가 될 수도 있으니까...?)
(아니, 그래, 그래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돌아온 지금 이런 진실은 의미가 없었다. 너를 찾아야했다. 뭘 하든 좋으니 널 만나야했다. 공책을 더 넘겼다. 이 외에 적혀있는 건 없나?)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거미 그림과 함께. `숙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GM:핸드아웃, 2페이지를 공개합니다.
그렇습니다.
다음 숙주로 점찍힌 이는.
바이홍 페일럿,
당신입니다.
GM:이 노트를 본 바이홍 페일럿, 이성판정.
바이홍 페일럿:... ... ... ... (자신의 생각이 맞았을 때 드는 감정은 주로 두 가지다. 기쁨. 또는 절망. 그리고 지금 자신이 느낀 감정은 명백한 절망이었고, 이는 그 어느때보다 끔찍했다. 자신이 숙주가 될 뻔해서가 아니다. 마지막의 저 지켜야 해.라는 글자가, 나를, 기어코, 마지막까지...)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바이홍 페일럿 이성치가 1 만큼 차감됩니다.
렉시우스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바이홍 페일럿:...어디에 있어. (나를 지키겠다고 시간을 몇 번이나 돌리고, 흉터를 얻어가면서도 멈추지 않았고, 내가 죽이지 않겠다고 해도 기어코 죽어서 시간을 되돌린 너는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거지. 눈가가 거친 무언가에 문질러진 것마냥 쓰라렸다. 명치가 아팠다.)
어딜 간 거야, 렉시우스...
(목소리가 떨렸다. 정말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나?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방법이라고는 없나?)
바이홍 페일럿:(노트를 들고 멍하니 서있다가, 익숙한 얼굴에 정신을 차렸다. 그와 친하게 지낸 사람이라면 주워듣거나 주워본 게 있을지도 모른다. 다급하게 방 밖으로 나가 하인을 붙잡았다.) 너!!
렉시우스 헤르메스와 친하지!
페일럿 가의 일원:(급작스럽게 렉시우스의 방에서 나온 바이홍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는)
렉시우스는 방금 나가는 것 같던데... 주인님께 인사하고 가지 않았던가요?
바이홍 페일럿:방금 나갔다고?
페일럿 가의 일원: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 아침일찍 짐을 챙겨서 나가던걸요.
바이홍 페일럿:어디로, 어디로 간다는 말은 못 들었나?
GM:지능판정이 필요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렉시우스의 방에 남겨져 있던, 사람들의 이동경로가 적혀있는 종이를 떠올립니다.
바이홍 페일럿:...이동경로. (하인을 붙잡고 묻고 있다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혹시 거기에 적힌 대로 움직인 건가? 마지막은 암호로 적혀있었던 것 같은데, 결국에는 모르는 이름이지 않았나? 어디로 가야하지? 그 사람을 찾아 가면 되는건가? 머리를 끊임없이 굴리며 하인을 놔주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대충 옷을 걸치고 저택 밖으로 향했다. 한 곳에 멈춰있을 여유가 없었다.)
페일럿 가의 일원:저기, 주인님!
(저택밖으로 나가려는 바이홍을 붙잡으러 뛰어오더니, 이내 한 편지를 내밀었다.)
렉시우스가, 이걸 전해달라고 했어요.
GM:핸드아웃, 편지를 공개합니다.
바이홍 페일럿:... ...렉시우스가. (편지를 남겨둘 정도면 그냥 말로 할 수는 없었나? 편지를 받아 펼쳤다. 그리고 몇 줄 되지 않는 편지를 보고 그대로 멈추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박혔다. 아. 결국 눈물이 흘렀다. 아직은 무엇도 일어나지 않았고 결국엔 내게 돌아온다고 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악랄한 자식. 교활한 놈. 결국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넣고 내 손발을 묶는구나.\)
정말... 염치라곤 하나도 없구나. (그따위 부탁을 하고, 끝끝내 제대로 된 설명 하나 하지 않더니, 남겨 놓은 건 돌아오겠다는 편지 한 통이었다. 날 위해서 하는 짓이라는 얄팍한 말 위에 조금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더 해줬으면 뭔가 덧나나? 너를 돕겠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마지막이라며. 그럼 깔끔하게 마지막을 봐도 나쁘지 않잖아. 한 번 터진 눈물은 쉬이 멈추지를 않았다. 편지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져 진한 자국을 남겼다.)
나도 네가 필요했어. 나는 너도 필요했는데... (그게 결국 우리의 차이점이었던 거겠지. 어렸을 때부터 비슷한 구석보다는 반대인 구석이 많았던 걸 지금에 와서야 한 번 더 확인 받고 싶지 않았다. 편지를 접어 한 손에 들고, 천천히 저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 눈물을 보고 기겁하는 시종들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무시했다.)
(이번뿐이다. 네 말을 순순히 따르는 건. 시간이 되감기기 전 끝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으니 이번 한 번은 숙여주겠다. 그러니, 부디...)
그래요. 그는 당신을 위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었나봅니다.
몇 번이고 고쳐 죽어가면서도 이 모든 일을 감내해야 할 정도로 당신을 사랑했나봅니다.
그럼 당신은?
당신은 어때요.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나요?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나요?
못한대도 상관 없을 겁니다.
적어도 그 사람은 할 수 있으니까.
그거면 되는 이야기 아닐까요.
GM:렉시우스가 있는 곳을 찾아가길 원한다면, 지능판정이 필요합니다.
바이홍 페일럿:(반드시 돌아온다고 했지. 그 말을 믿기로 했다. 렉시우스를 찾아가지 않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혔다. 어차피 결혼을 할 수 있는 린튼 가의 사람은 없다. 정략결혼 통보따윈 없을 것이다. 넓고 고요한 방에 틀어박혀 숨을 죽였다. 그리고 시간이 되감기기 전 우리가 했던 대화를 곱씹었다. 보름달이 떴던 밤 추었던 엉망이었던 춤도, 결혼 하지 말라 말하던 당신도.)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렉시우스는 감감무소식입니다.
정략 결혼의 이야기 또한 나올 리가 없습니다.
결혼 상대가 이미 죽은 지 오래인데요.
린튼 가는 도주한 친척 몇만을 남기고 모조리 이유 모를 의문의 살해를 당한 멸망한 가문으로 벌써 소문이 퍼진 지 오래입니다.
그렇게 일 주가 지나고.
이 주가 지나고.
삼 주가 지났을 때,
...
신문 1면에 기사가 났습니다.
마지막 린튼 가의 가문원들의 살인 사건.
신문을 읽는 당신의 등 뒤 창밖에는 밤이 깔리고,
그리고…….
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 아래에서 돌을 던져 창문을 맞추는 듯한 소리.
바이홍 페일럿:... ... (린튼 가의 소문은 들려오지만 정작 중요한 사람의 소식은 들리는 게 없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연락 하나 없었다. 아니, 물론, 린튼 가의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걸 보면 살아는 있겠지. 하지만 그게 과연 멀쩡한 상태일지는 알 수 없었다. 누군가 제 속을 까본다면 새까맣지 않을까? 덕분에 3주간 제대로 잠도 자질 못했다. 신경이 머리 끝까지 날카로워졌고 페일럿 저택은 고요히 가라앉았다. 사용인들은 몸을 사렸다. 그들의 주인은 조금만 신경에 거슬려도 난폭하게 소리를 치곤 했으니까.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이라곤 조금도 없었다. 시종이란 귀족을 모시는 것들이다. 나보다 더한 놈들도 널리고 널린 판에. 시커매진 눈 밑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신문을 읽었다. 너는 언제쯤 돌아올까.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러다 창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신문을 책상에 내려놓고 느리게 걸음을 옮겼다. 창문 밖을 내다본다. 누구지? 너인가? 너라면 좋을텐데.)
창밖을 내다보면 그곳에는 렉시우스가 있습니다.
당신을 보고 언제나처럼 웃는 그가, 그가…….
뒷마당에 있는 정원으로 향합니다.
에리카 꽃이 피어있는 바로 그 장소로.
따라오라는 듯이.
바이홍 페일럿:(눈이 마주쳤다. 익숙한 노란색 눈과 검은색 머리카락을 발견하자 무슨 정신으로 뒷마당까지 달려갔는지 모르겠다.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먹은 것도 줄어 몇 번인가 비틀거린 것도 같았으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네가 돌아왔다. 네가. 편지에 썼던 것처럼. 정말로 돌아왔어. 지긋지긋한 에리카 꽃을 찾아 뛰었다.) ―렉시우스!!!
정원
저택 뒤쪽에 난 정원으로 따라나가면 렉시우스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렉시우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합니다.
꽃무더기 사이에 주저앉듯 앉는 모습은 일어설 기운조차 없음을 알립니다.
뺨에는 너덜한 거즈가 붙어 있습니다.
어디서 얻어온 흉터인지 모릅니다.
또 늘었군요.
또… 살인을, 함으로…….
문득 달빛 아래 비춰지는 렉시우스가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흐릿합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아, 흐려지네. (자신의 손, 발, 다리를 잠시 보고는 짧게 말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다시 널 바라보았다.)
바이홍 페일럿:렉, 시우스, 너... (정신없이 뛰어온 터라 숨이 가빴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상태로, 온 몸이 상처투성이로 너덜너덜해져서, 달빛 아래에 선 당신이 이상할 정도로 흐려보였다. 또 눈물이 나기라도 하는 건가? 아닌데. 지금은 울고있지 않은데. 또 속터지는 소리를 아무렇게나 하는 당신의 모습에 안 그래도 날카로웠던 신경줄이 뚝 끊어졌다.)
너, 어떻게 된 거야!!
왜 흐려지는 건데. 3주만에, 아무런 소식도 없이 잔뜩 다쳐서 돌아왔으면서, 이게 무슨 꼴인데!!! (당신의 팔을 붙잡았다. 잡을 수 있나?)
렉시우스 헤르메스:(허겁지겁 달려오는 널 보고는 잘게 떠는 손을 너에게 내밀어 잡았다. 이제, 이제 완벽했다. 너는 잡아먹힐 일도 없을 테고, 넌 페일럿가의 가주로써 성공가도를 걸을 일만 남았다. 이제, 나는...)
이제, 이제 너는 괜찮아.
앞만 보고.
페일럿의 성공을 위해 나아가면 되는거야.
흐려진거는...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라 그럴거야.
그래, 이번이 마지막 회차라서.
렉시우스 헤르메스:내 존재를 걸고, 7번의 기회를 얻었고...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바이홍 페일럿:... ...뭐? (흐려지긴 해도 손에 잡히는 온기는 진짜였다. 거기에 안심하는 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이게 마지막 회차라니? 존재를 걸었다니?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마지막이라는 건, 단순히 시간을 돌려서 누군가를 죽이는 일을 말하는 거 아니었어?
왜, 왜 네가...
렉시우스 헤르메스:일반적인 인간이 7번이나 시간을 돌릴 수 있을리가 없잖아. (제 손에 잡힌 온기를, 꼭 붙잡았다. 마지막이니까. 지금 바로, 내 곁에 네가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페일럿을 차지하기 위해, 더 높은 권력만을 바라보고 가던 너를, 옆에서 장애물을 치워놓다니 얼마나 대견하지 않은가. 네가 들으면 되도 않는 헛소리라고 말할 것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왕 옆자리에 서지 못하고, 너를 위해서라면. 이렇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고아로 태어나 제 한몸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제 몸보다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자신을 놓아야지, 그게 수지타산에 맞는 일이였으니.)
이제 그 누구도 널 숙주로 삼을 수 없을거야. 이제 없거든. 나도 이걸 알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결혼한다길래, 좋은 곳이길 바라며 알아보니까. 이런 곳이더라고. 어떻게 널 이런 곳에 보낼 수 있겠어. (잠시, 눈꼬리를 휘어접으며 널 바라보았다. 단순히 널 위해서, 제가 옆에 서지 못할거라면 그저 네가 있는 자리가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였으니.)
그러니까, 내가 결혼하지 말라고 했잖아...
(천천히, 옅게 울음이 묻은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깊디 깊은 다정함이 목소리를 감쌌고, 한자 한자, 말소리가 줄어들며, 결국 너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바이홍 페일럿:(물론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주문이라고는 하나 일반적인 인간이 이 세계의 법칙을 한두 번도 아니고 7번이나 거스를 수 있을리가.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이제 겨우 한 번이었다. 네가 지금껏 무엇을 해왔는지 이제 겨우 알게 되었는데. 내가 여태껏 묻어놓고 들여다보지 않은 구덩이 속에 있던 것이 무엇인지 이제 겨우 깨달았는데.)
...결혼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유라도 제대로 말했어야지.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렇게 말하면... 누가 그걸 그만 두겠다고 해. (아무런 이유가 없는 건 아니었다. 결혼식 전날, 결혼하지 마라고 이야기 하며 자신에게 내비친 당신의 감정이 이유라면 이유라고 할 수 있을 터였다. 멍청이 아닌가? 6번 중에서 단 한 번도 그것을 시도한 적이 없을까? 아니, 어쩌면, 그 6번 중에 자신이 그래도 결혼을 강행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신이 이 꼴이 된 걸지도 모른다. 그래. 결국, 결국, 나 때문에. 멍한 얼굴 위로 기어코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는, 너는... 무섭지도 않았어?
그 일족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문 사람들을 전부 죽이겠다고 결정한 이후로 두렵지도 않았어?
... ... ...어떻게 그런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해?
렉시우스 헤르메스:그렇다고, 린튼에 대해서 말하면... 설사 네가 날 도운다 할지라도, 페일럿이 멀쩡할리가 없으니까.
넌 가문을 위해서 지금을 기다려왔잖아. 사용인으로써, 주인이 가는길을 닦는건, 당연하잖아. (천천히, 옅게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간신히, 이 마지막을 웃으며 보내기 위해, 혼날 수도 있지만. 애써 웃어보였다. 움직이는 것 조차 힘들어, 간신히 손을 들어 네 눈물을 닦아 내었다. 점점 흐려지는 팔에,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무섭지, 무서웠지. 그런데 어떡해.
네가 그 안에 들어가는게 더 무서운걸. (천천히 말을 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 내가 죽임당하며 쫓기는 것보다, 네가 그 안에서 일어날 결말을 생각하면 한순간 두려움에 휩싸이다가도 결국 일어서 걸을 수 밖에 없는데.)
이제 모든게 끝났으니까. 행복한 결말 밖에 안남았잖아? (너는 살아서 페일럿을 부흥시킬, 완벽한 결말. 저는 단순히 마지막이라도 네 옆에서, 너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짧은 충족을 느꼈다. 단순히 사용인과 주인의 관계, 친구를 넘어서, 오로지 자신만 담고있는 그 눈을 보면. 그토록 욕심내지 못한, 허락받기위한 말 한마디 조차 꺼내지 못한 비겁한 자신에게 기꺼이 들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던가.)
바이홍 페일럿:누가 네 목숨 다 버려가면서 그러라고 했어!? (언성이 높아졌다. 눈물이 넘쳐 흘렀다.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이런 결말을 맞이하기 위해 너를 찾지도 않고 3주라는 시간을 허망하게 보낸 게 아니었다. 나는, 네가 돌아오면, 그걸로 끝일 줄 알았다. 네가 더는 상처 입을 필요 없고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영위하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삶이 그렇게 쉬울리가 있나. 자신이 삶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럴 수 있을리가 없는데. 신은 우리에게 무엇 하나 쉽게 내주지 않는데.)
모든 게 끝났지, 네 목숨도 끝났고!! 그런데 대체 어떻게 그렇게 웃는 건데. 나는, 난...! (눈물로 젖은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형편없이 흔들리고 떨리고 있었다. 행복한 결말? 행복한 결말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때마다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 언제도 이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가문 어른들에게 무시당하고 천대받아도 이렇게 절박하게 눈물 흘려본 적이 없었다.)
... ...나에게 더는 네가 없는데. (무언가 방법을 찾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없었고, 애초에 방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7번이나 세계를 어지럽힌 인간을 과연 신이 두고 보실까. 당장 번개를 떨어트려 목숨을 거두어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자비로운 태도일 것이다.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네가 없는데 어떻게 행복한 결말따위가 있을 수 있어.
평생 모른 채 지나갈 수 있는 감정을 일깨웠으면 책임을 져야지, 이딴, 이딴 식으로 도망치는 게 어디있냐고... (헛소리였다. 자신이 계속해서 눈을 감기만 했어도 이럴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때, 결혼식 전날 밤, 춤의 마지막에 충동적으로 입을 맞추지만 않았어도. 모든 행동은 자신이 선택에 대한 결과였다. 애초에 도망도 아니었다. 생명마저 나를 위해 내던진 것뿐인데, 그걸 비난할 자격따윈 나에게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가지 마...
바이홍 페일럿:내 곁에 있어, 제발...
렉시우스 헤르메스:네 성공을 위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에,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왜울어. 나를 바쳐서, 네 미래를 조금 더 편하게, 네가 살아갈 수 있도록 닦았는데. 되뇌었다. 어째서, 네가 우는거야. 네가 이렇게 울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단순히 사용인이였고, 너를 보좌하는 친한 친우중 하나였으니. 네 미래를 위해서 소모될 수 있는 소모품 중 하나가 아니였는가. 평생 곁에서, 같이 살며 지켜보고 싶었고, 항상 네게 곁에 있겠다는 말은 진심이였다. 그래봤자, 어차피 네가 없으면, 네 곁이라는 것에 의미가 없는데. 너는 강인하고, 바닥부터 올라왔고, 저를 대체할 수 있는 사용인은 많았다. 언젠가, 저를 잊고 페일럿의 부흥을 일으키고 웃는 너를 생각했는데 왜, 너는 지금 우는거지, 이상할 정도의 감정이 휘몰아쳤다.)
네 곁에 있고 싶었어. 언제나,
지금조차도.
그래도 네가 없으면, 안되니까.
너는 네 목표가 있잖아. 그걸 보고 나아가야지.
(천천히, 네 팔을 끌어당겼다. 자신의 눈에 온전히 너를 담기 위해. 마지막은 좋은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점점 흐려지는 제 몸에도, 애써, 환하게 웃어보였다. 제가 마지막으로 기억되는 얼굴은 슬픔도 아닌 기쁨이였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렉시우스 헤르메스:감정이라니, (일순간, 얼굴이 옅게 당황으로 물들었다. 작게 읆조리며 너를 눈에 담았다. 단순한 우정으로 보이던 감정에, 다른게 있을리가. 그럴리가 없다고, 스스로 되뇌이며 살짝 고개를 저었다가 널 바라보았다.)
바이홍 페일럿:(당신이 끌어당기는대로 가까이 다가갔다. 애초에 이 손을 뿌리칠 의지도, 힘도 없었다. 목표가 없을리 있나. 자신은 언제나 목표가 있었다. 본가에 입양되어 들어왔을 때부터 자신은 언제나 위를 바라보았다.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했다. 그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했으면 했고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편안하게 살고 싶었다. 그 누구보다 귀족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온갖 어려움이 앞에 깔려있다는 것 정도는 예측했으나 이런 식의 어려움이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네 웃는 얼굴이 나를 더 슬프게만 만든다.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너를 보며 웃을 수가 없었다.)
...하나도 이해 못 했구나, 너. (조금 어이가 없긴 했지만 자신의 태도를 되짚어보면 딱히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아니었다. 무언가를 깨닫고 말았을 때는 이미 결혼식이 파토가 나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려서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 되었기에.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다시 깊을 곳에 숨겨 아무도 보지 못하게 만들었으니까. 눈물이 멎질 않았다.)
렉시우스. 결혼식 전날에, 내가 너한테 했던 말. 기억해?
결혼하지 않을 생각이 있었더라면 네게 허락한 게 달라졌을 거라던 말.
(손을 뻗어 당신의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그때 정원에서 했던 것과는 달리, 뺨이 아니라 입술에.)
렉시우스 헤르메스:(네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다가오는 입술에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왜? 네가? 나에게. 제가 들은 말과, 네가 나에게 한 것은 명백했다. 왜 지금에서야. 온몸이 당혹으로 물드면서도, 한편으로는 드디어 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너무나도 늦었다. 왜 하필 지금에서야. 이렇게 욕이 나올 정도로 기가 막힐 타이밍에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왜, 삶의 마지막에서야. 제가 기꺼이 삶을 버렸을 때, 그 누구보다 강렬한 미련을 남겨주는가.)
왜, 네가... (그러면서도, 저를 껴안아오는 손길과, 따뜻한 온기에 무심코 끌어안을 수 밖에 없었다. 제가 그토록 원해왔던, 저에게는 절대로 허락될 리가 없던 이 상황이 저에게 주어졌을 때, 한 순간이라도 기쁘게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었다. 제 뺨에 감싸오는 손과, 입술, 온기를 천천히 탐닉했다. 이 순간이 꿈이라면, 제발 꿈이라면, 마지막 삶을 지나가는 이에게,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고, 떠나라는 것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보다 선명한 네 피부와, 그와 대비되는 불투명한 저의 몸, 명백한 현실이였다.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고, 널 바라보았다. 얼굴은 붉게 타올랐고, 그만큼 당혹스러우면서도, 곧 자기가 사라질 거라는 현실마저도 잠깐이나마 잊게했다.)
네가 그럴리가 없잖아.
이런 걸 허락한다는게,
바이홍 페일럿이.
렉시우스 헤르메스:이럴리가 없는데.
(점점 갈 수록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자기 합리화였다.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살고 싶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제발. 제발)
바이홍 페일럿:(왜, 하고 묻는 목소리는 무시했다. 지금 와서 이유를 묻는다니 정말 구제할 수 없을 정도로 바보 멍청이거나 그저 단순히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 둘 중 하나일테니까.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당신은 명백히 후자였다. 굳어버렸나 싶더니 당신에게 건네는 온기를, 스킨십을 금세 받아들이고 탐하지 않는가. 눈물 냄새가 났다. 이런 순간에도 너무도 슬퍼 견딜 수가 없었다. 불투명한 범위가 계속해서 넓어져 가는 당신을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았다.)
(온기가 떠난 입술이 평소보다 배는 서늘하게 느껴졌다. 연애 깨나 해봤을 것처럼 생겼으면서 입맞춤 한 번에 저런 얼굴을 한다는게 웃긴 동시에 좋았다. 너는 그만큼이나 나를 좋아하는구나. 그만큼이나 나를 좋아했구나. 그건 과거였고 동시에 현재였다. 네가 밤하늘로 흩어져 사라지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랬다. 이 모든 게 현실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렉스.
렉시우스 헤르메스가,
내가 이런 걸 허락하게 만든 거라고.
바이홍 페일럿:...결혼하지 않을 생각따위, 추호도 없었는데.
렉시우스 헤르메스:(천천히, 눈을 꿈뻑였다. 네가 내뱉는 한마디 말에, 한 음절마다. 환희에 차올랐고, 그만큼 절망이 떠올랐다. 그래. 마지막에서야, 내 곁에 온전히 내가 있게 되는구나.)
다행이다.
정말로, 내 옆에, 마지막에.
너를 가질 수 있구나.
(끝도 없이 쌓아올린, 가난했던 고아의 소유욕은 그 누구보다 깊고 진창 같았고, 제가 감히 욕심내지 못할 거라 지레짐작하고 놓았던 사람은 기꺼이 저에게 내려와 마지막이 되어서야 제 것이 되었다. 이렇게 완벽한 결말이 어디에 있겠는가.)
(너는 너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너를 탐했던 나는 마지막에서야 너를 가지고, 살아가는 너의 마음의 한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만족감에 차올랐다. 어차피 내가 살아날 수 없었기에, 최고의 결말은 아니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완벽한 최선의 결말이였다.)
렉시우스 헤르메스:그렇게 네 기억 속에 남는다면 난 좋아.
바이홍 페일럿:다행은 뭐가 다행이야, 이 멍청이가... (당신을 꽉 끌어안았다. 더 많이 사라져버리기 전에 이 온기를 만끽하고 싶었다. 이 밤이 지나가면 사라져버릴, 마치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당신이라지만 꿈결과 달리 기억은 오래오래 남아있을 터였다. 나는 똑똑하니까.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다.)
...정말로, 이걸로 좋아? 만족해? (네가 얼마나 많은 것에 집착하고 있는지 내가 아는데. 종종 느긋하게 찾아가곤 했던 사용인들의 그 좁은 방에 온갖 물건이 복작복작하게 쌓여있었다는 걸 아주 잘 아는데. 그 모든 걸 내가 포기하게 만들었구나. 내가 널 이렇게 만들었어. 기묘한 만족감과 함께 절망이 목소리를 먹어치웠다.)
...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가령,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거라든지.
렉시우스 헤르메스:(저를 끌어안는 손길에, 천천히 마주 안았다. 점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서라도 기어코. 제 마지막에 담는 얼굴은 너의 얼굴이였고, 너의 전부였고, 결국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를 가질 수 있었으니. 웃음이 나왔다. 이토록 행복한 마지막이 어디에 있던가.)
내가 너를 만나지 않았다라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테니까. 다른 것도, 네가 없다면. 나를 이루던 것들도, 나의 걸림돌로 변해버릴게 분명하니까. (마지막이기에, 오롯이 제 감정을 드러냈다, 당신을 사랑하는, 기어코 마지막이 되어서야 온전히 가졌다는 만족감이 얼굴에 차올랐다. 내뱉는 말소리에 기쁨이 묻어나왔고, 자신의 죽음 따위, 당장의 기쁜 현실에 파묻혀, 인지는 하였으나 영향을 줄 수 없었다.)